이전에도 또 한 친구가 세상을 떠났었다. 고등학교 시절 훤칠한 키와 날렵한 몸매,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학생회에서 활동했던 친구였다. 많은 친구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랬던 그가 어떤 연유인지 몰라도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늘 에너지가 넘치고 자신감이 넘쳤던 친구가 삶의 어떤 고비에서 넘어졌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봐도 친구와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눴던 장면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친구들과 마지막 헤어졌던 순간에 나는 어떤 말을 건넸을까. 다음에 또 보자라는 인사말을 건넸을까, 아니면 잘 지내라는 말을 건넸을까. 아니면 으레 다시 만나리라 생각하고 아무 인사도 건네지 않았을까. 아니면 웃는 모습이었을까, 짜증을 내는 모습이었을까. 만약 그 순간이 친구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때라는 걸 알았다면 나는 어떤 말을 건넸을까. 친구들은 나의 마지막 모습을 어떻게 기억할까.
죽음을 연구하는 생사학자로서, 행복한 죽음을 도와주는 웰다잉 플래너로서, 주로 어르신을 만나는 일을 하지만, 죽음에는 늘 순서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애써 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나와는 먼일이라고, 죽음은 나에게 백세 이후에 다가오는 일일 것처럼 믿으며 산다. 그러나 동년배들의 떠남은 원래 있던 것처럼 나의 머리맡에 죽음을 옮겨놓는다. 죽을 死(사)자를 살펴보면 한 일(一), 저녁 석(夕), 비수 비(匕)가 담겨 있다. 어느 날 저녁에 갑자기 다가올지 모르는 것이 죽음이란 뜻이다. 그리고 오늘이 지금 앞에 있는 이들과 마지막 만남일지 모른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이별할 것인가.
강원남 행복한죽음 웰다잉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