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으로 IMF와 갈등
비트코인 관련 정책서 후퇴하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이 4년간의 협상 끝에 중미 엘살바도르와 14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엘살바도르는 부채비율을 줄이고, 가상자산 비트코인 도입 관련 계획은 일부 축소하기로 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IMF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엘살바도르의 경제 구조 개편 계획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IMF는 엘살바도르에 앞으로 40개월에 걸쳐 14억 달러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된다. 대신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관련 위험을 완화하려는 조치를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엘살바도르는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2021년 비트코인을 자국 법정통화로 도입하기로 하면서 IMF와 갈등을 빚어왔다.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면 가뜩이나 부채가 많은 엘살바도르의 재정을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 IMF가 재정 지원을 중단한 것이다. 이 여파에 엘살바도르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국채 가격은 폭락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엘살바도르 정부의 고문을 역임했던 알레한드로 베르네르 조지타운 아메리카 연구소 소장은 “국제 금융업계에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데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아했던 상황에서 엘살바도르의 당시 결정은 IMF와의 협정을 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고 지적했다.
부켈레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도입 시도’는 사실상 기술적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많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2021년 9월 자체 가상자산 지갑 ‘치보(Chivo)’를 출시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당시 치보에 가입한 사람에게 30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파격적인 제안에 힘입어 인구 650만 명 중 300만 명이 넘는 사람을 가입자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사업에만 정부 돈이 2억 달러가 넘게 들어갔다.
이와 함께 엘살바도르는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이 3만 달러대일때부터 매수를 시작했다. 매수 초기 손실을 기록했지만,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상당한 수익률을 기록하게 됐다.
하지만 가상자산 지갑의 장기적 사용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엘살바도르 중앙은행에 따르면 전체 송금의 2% 만이 디지털 지갑을 통해 처리된 규모는 약 2%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IMF 합의에 따라 국영기업 등에 대한 비트코인 사용을 더는 의무화하지 않고, 공공부문의 비트코인 관련 활동 참여를 제안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 차원의 비트코인 매수를 줄이기로 했으며,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것도 더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치보 사업도 점진적으로 중단한다.
IMF는 “비트코인 프로젝트의 잠재적 위험이 많이 감소할 것”이라면서 “디지털 자산의 투명성, 규제, 감독이 강화돼 금융 안전성, 소비자와 투자자 보호 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