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에듀테크 유니콘'이 목표” ...‘한국 최초 인도인 CEO’ 판카즈 대표

입력 2024-1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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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르왈 판카즈 태그하이브 대표.
▲아가르왈 판카즈 태그하이브 대표.

‘한국 최초 인도인 CEO’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아가르왈 판카즈 태그하이브 대표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인도 북부의 빈곤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전기도, 인터넷도 없는 열악한 교실에서 공부한 그는 13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천재들만 모인다는 인도공과대학교(IIT)에 입학했다. 학교 게시판에 붙은 삼성전자 글로벌 장학생 프로그램 공고를 우연히 봤고, 또다시 기회의 문이 열렸다. 삼성전자에 입사하면서 난생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회사 지원을 받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이어 외국인 최초로 미국 하버드 MBA도 마쳤다.

삼성의 혁신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Lab’이 아니었다면 에듀테크 스타트업인 ‘태그하이브’는 태어나지 못했다고 말하는 그는 “인도는 물론 삼성과 한국으로부터 크고 많은 선물을 받았다”며 “한국에서 성공한 유니콘 사례를 만들어 한국과 인도 양국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의 초일류 감각과 인도 시장을 모두 경험한 그가 ‘교두보’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마술’이라고 말하는 그를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회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독한 가난을 경험한 ‘기술천재’. 판카즈 대표가 경험한 두 세계는 기술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했다. 특히 교육에 꽂혔다. 양극화가 극심한 인도에서 교육 격차는 사회불평등을 고착시켰다. “가난한 아이들이 꿈과 비전을 품을 수 있도록 기술로 기여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수없이 질문을 던졌다.

고민 끝에 세계 최초로 교실 혁신 플랫폼 ‘클래스 사티(교실의 동반자)’가 탄생했다. 스마트폰과 리모컨으로 구성된 간단한 장치로, 학생들의 참여와 몰입을 유도해 학습 효과를 높였다. 삼성의 지원을 받아 스타트업 태그하이브도 세웠다. 판카즈 대표는 “현재 인도 8000개 공립학교에 클래스 사티가 공급됐다”며 “한국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인도 공립학교에 제품을 공급한 최초 사례”라고 했다.

모든 게 쉽기만 했던 건 아니다. “한국에 온 지 6개월 만에 돌아갈까 고민도 했어요. 외국인이 스타트업 한다는 건 생각도 못할 일이었죠. 삼성에 C-Lab 제도가 없었으면 갈아타지 못했을 겁니다. 스타트업 설립하고도 제품 개발하고, 시장 발굴하고 사실 어려움이 많았어요.” 인도인이 한국에서 창업해 인도로 진출한 여정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듯, 그는 “진짜 운이 좋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한국에선 운이 작용해야 할 만큼 특별한 일이지만, 글로벌 빅테크 시장에 진출한 인도인들이 세상의 주목을 받은 지는 꽤 됐다. 현재 S&P 500 기업 중 25개사의 CEO가 인도계로,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도 IIT 출신이다.

AI라는 엄청난 기술혁명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인도의 잠재력은 더 폭발적이다. 판카즈 대표는 무엇보다 ‘인재’를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14억 명 인구의 65%가 35세 미만인데 똑똑하다”며 “매년 150만 명 이상의 ‘기술천재’가 배출되고 있고, 인도 유니콘 기업 창업자의 50% 이상이 IIT 출신일 정도로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스타트업에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도 중요 동력이다. 그는 “인도에서는 스타트업을 다 해보고 싶어한다”며 “그런 분위기가 갑자기 생긴 건 아니고 2008년 설립된 인도 최초 유니콘 기업인 조마토(Zomato)가 놀라운 성장을 보였고, 이후 좋은 선례들이 생겨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스타트업 생태계 평가에서 인도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현재 스타트업은 10만 개 이상으로, 2014년 350개에서 지난 10년 새 300배 이상 증가했다. 판카즈 대표는 “핀테크, 에듀테크, 헬스테크,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 스타트업이 존재한다”며 “2014년부터 10년간 1500억 달러 이상 투자를 유치했고 100개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있으며 총 평가액은 3400억 달러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기술혁신 마인드가 장착된 인도 천재들은 현재 미국과 유럽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H-1B 비자(특정 전문직 취업 비자)를 발급받은 사람 중 인도 출신이 차지한 비중은 73%에 달했다. 그는 “미국은 지역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며 “미국 IIT 동문 규모는 약 5000명 정도인데 최근 미국에 갔더니 인도 IIT 총괄책임자가 자금을 모으러 왔더라”고 했다.

판카즈 대표는 한국도 네트워크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내 IIT 동문회장을 10년째 맡고 있는 그는 “예전에는 주로 삼성, LG, 현대 엔지니어들이었는데 이제는 타다, 쿠팡 등에서 C-레벨(임원급)에 있는 사람도 많아졌고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도 생겼다”면서도 “IIT 졸업하고 온 학생들이 2~3년 만에 다시 돌아가는 걸 지켜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네트워크가 일단 부족하고 언어는 물론 음식 문화, 자녀 교육, 경력 발전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며 “인재 유치만 할 게 아니라 커뮤니티 등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은 사람, 돈, 아이디어, 시장 등 4가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한 그는 “시장을 좀 크게 봤으면 좋겠고 해외 사람들과 만나는 기회도 많이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다”며 “영어 사용을 장려해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이고 글로벌 기술 허브와의 협력을 통해 혁신을 촉진하고 비즈니스 규제를 간소화해 외국 스타트업의 한국 진입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인도 진출을 위해서는 “일단 가서 해봐야 한다”며 “국내 스타트업들이 현지에 가서 액셀러레이팅, 테스트베드, 마케팅 등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면 좋다”고 조언했다. 최근 ‘서울AI허브’와 IIT 델리캠퍼스의 ‘야디 인공지능대학원’은 AI 산업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공동 연구 프로젝트 참여, 스타트업 창업 협력,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 및 세미나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

판카즈 대표는 무엇보다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은 열정이 있어요. 지금은 고생하고 있지만 5년 후 우리도 유니콘이 될 수 있잖아요. 한국 이미지는 자연스레 좋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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