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기 전에"…美투자 조율 서두르는 K배터리

입력 2024-12-2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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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전기차·배터리 사업에 잇따라 대출 지원 승인
투자자본 재배치, 공장 리밸런싱 속도…“트럼프 불확실성 최소화”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 (사진제공=SK온)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 (사진제공=SK온)

내달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배터리업계가 투자 계획 조율을 서두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28억8000만 달러(약 4조1325억 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결정했다.

유상감자는 자본금을 감소시키면서 주주에게 투자금을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블루오벌SK는 SK온의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와 포드가 5조1000억씩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이번 유상감자를 통해 SK온과 포드는 각 2조 원가량의 현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회사 측은 유상감자 사유에 대해 “해외 투자자본 효율성 제고를 위한 자본 재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최근 미국 에너지부(DOE)가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에 따라 블루오벌SK에 대한 96억3304만 달러(13조8523억 원) 규모의 정책자금 차입을 최종 승인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ATVM은 자동차와 관련 부품 제조 사업에 대해 저금리로 대출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블루오벌SK는 지난해 6월 ATVM 정책자금 차입의 조건부 승인을 얻었다. 당시 발표된 대출 금액은 92억 달러(약 11조8000억 원)였는데, 최종 승인 과정에서 약 2조 원이 더 늘었다. 이는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관련 대출 프로그램 중 가장 큰 규모다.

블루오벌SK는 미국 내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을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중 켄터키 1공장과 테네시 공장을 가동하고, 켄터키 2공장도 2026년 이후 가동할 예정이다. 3곳의 공장 건설이 마무리되면 블루오벌SK는 미국 내 총 127기가와트시(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 전기차 관련 사업에 대한 정책 지원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배터리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만큼, 선제적인 투자 재조정 등을 통해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합작회사인 스타플러스 에너지도 최근 정부로부터 75억4000만 달러(약 10조5000억 원)의 조건부 대출을 승인받고, 리비안도 66억 달러(약 9조2000억 원) 대출을 받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도 공장 리밸런싱(재조정) 작업을 본격화했다. 우선 제너럴모터스(GM)와 미시간주 랜싱에 짓고 있는 얼티엄셀즈 3공장의 지분 인수를 추진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지속되자 단독 공장으로 활용해 다른 수주 물량을 소화하는 게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렸다. 향후 전기차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면 단독 공장에서 더 많은 고객사 물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하려는 전략에 발맞춰 생산 공장 내 유휴 전기차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등 공장 효율화도 진행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가장 큰 리스크는 불확실성”이라며 “정책 변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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