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서울 주택시장에서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 2025년 공급 감소와 분양가 상승 우려가 맞물리면서 수요자들이 신축 청약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청약 접수를 받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크로 리츠카운티' 1순위 청약 7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3만4279명이 접수해 평균 4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 최고 분양가는 21억7000만 원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다. 실거주 의무도 없다. 인근에 있는 방배그랑자이 전용 84㎡와 비교하면 약 8억 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된다. 이 때문에 '8억 로또' 단지로 불리며 많은 청약자가 몰렸다.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한 성북구 삼선동2가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도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이 단지는 총 260가구 모집에 6942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26.7대 1을 기록했다.
또 이달 6일 청약을 받은 강서구 등촌동 '힐스테이트 등촌역'도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총 139가구 모집에 4960명이 접수해 평균 35.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최근 침체된 시장 분위기에서도 청약 흥행이 이어지는 데는 내년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과 분양가 상승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11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의 ㎡당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1428만 원으로, 전월(1420만3000원) 대비 0.54% 올랐다. 이를 3.3㎡로 환산하면 4720만7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여기에 입주 물량도 감소세다. 수도권 입주 물량은 3년째 전국 물량의 절반 이하를 맴돌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5년 수도권 입주 물량은 △서울 2만9388가구 △경기 5만9464가구 △인천 2만327가구로, 올해(10만9179가구) 보다 줄어든다. 이는 2016년 이후 최저 물량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분양가는 오르고 주택 공급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도권 인기 청약단지 쏠림이 가속화 하고 있다"며 "특히 분상제가 적용되거나 입지가 좋은 곳에서 나오는 단지에 청약 수요가 집중되면서 더욱 높은 경쟁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공시가격 5억 원 이하 빌라 1채를 가진 이들까지 청약이 가능해져서 향후 신축 잡기는 더 치열해질 것"이라도 강조했다. 다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은 외면당하는 초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