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불리한 사실을 은폐하고 기업가치를 부풀려 상장한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와 상장 주관사가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은 매출 급감과 사전에 목표했던 기업가치 이상으로 기업공개(IPO) 상장이 어려울 것을 인지하고도 고의로 숨기고 상장시킨 것으로 파악된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주관 증권사가 파두와 공모해 공모가를 부풀린 혐의도 발견됐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22일 파두와 상장 주관사 관련자들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파두는 지난해 기업가치 1조 원이 넘는다고 강조하며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지만, 상장 직후 공개한 첫 매출액이 전년 대비 97% 급감한 3억 원이라고 밝혀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파두는 이미 2022년 말부터 주요 거래처인 SK하이닉스 등의 거래 중단으로 향후 매출 급감이 예상되는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해 3월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받고,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때는 이러한 악재를 반영하지 않고 예상 매출액과 공모가를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사경은 파두의 상장 주관사 중 한 곳이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당시 기재한 예상 매출액보다 더 큰 금액을 금융감독원 증권신고서에 기입했고, 이를 근거로 공모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파두와 공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파두의 상장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 공동 주관사 한국투자증권이다.
또 파두 경영진들은 상장예비심사 신청 직전인 지난해 2월 부정적 사실을 숨긴 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한 투자유치를 받고, 보유주식의 일부를 매도해 개인적인 매매차익을 얻기도 했다. 당시 1조800억 원의 기업가치를 내세워 포레스트파트너스와 IBK캐피탈 등으로부터 120억 원 규모를 모집했다.
파두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3억2000만 원이다. 상장 당시 파두와 상장주관사가 제시한 연간 예상 매출액 1203억 원과는 괴리가 크다. 실적 발표 후 주가가 45% 넘게 급락하자 파두는 "상장을 진행했던 시점까지 실적 규모 및 기간 등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파두 주가는 현재까지도 공모가(3만1000원)의 반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파두 종가는 1만4710원이었다.
금감원은 시장 신뢰회복을 위해 IPO 공시 관련 제도를 개선했다. 공모가 산정 방식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주관 증권사가 공모가 결정을 위한 내부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도록 했다. 재무추정치 공시도 강화해 이번 사건에서 무리한 상장 추진 원인으로 지목된 주주 간 약정 등에 대해서도 개선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상장 전후 회계심사도 강화했다. 상장예정 기업 중 1조 원 이상인 기업은 전수 심사하고,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기업에 대해서는 재무비율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심사한다. 신규상장 직후 주가나 영업실적이 급감한 기업 등에 대한 사후 심사도 강화하는 한편, 이들 기업에 대한 회계법인의 엄격한 외부감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IPO 주관증권사 검사과정에서 발견된 위반사항에 대해서도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며 "상장을 준비하고 있거나 상장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들은 공모가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향후 매출추정 등에 있어 신중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