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부채한도 내년 별도 증액키로
의원 급여 인상·대중국 투자 제한 빠져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방정부 자금을 당분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임시예산안이 전날 오후 하원, 이날 새벽 상원에서 각각 표결에 부쳐져 가결됐다. 이어 백악관은 이날 오전 11시쯤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임시예산안에 서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해당 예산안은 당초 자정으로 설정된 연방정부 셧다운 기한을 40분가량 넘긴 시간에 상원에서 처리됐지만, 정부는 상원 표결이 끝날 때까지 셧다운 절차를 발동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예산관리국(OMB)은 의회가 관련 예산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이날 서명할 것이라는 높은 확신에 셧다운 준비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예산안에는 내년 3월 14일까지 정부 예산을 현행 수준으로 편성하고 1000억 달러(약 144조9500억 원)의 재난 구호금과 100억 달러의 농부들을 위한 경제 지원금을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미국 식량과 농업 정책의 초석인 기존 농업 법안을 1년 연장하고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붕괴된 프란시스 스콧 키 다리의 재건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주장한 부채한도 폐지 관련 내용은 제외됐다. 다만 공화당은 대신 자체적으로 내년도 부채한도를 1조5000억 달러 높이고, 향후 정부 지출을 2조5000억 달러 순삭감한다는 내용을 추진하기로 했다. 애초 여야 합의안에 있었던 대중국 투자 제한, 의원 급여 인상안 등은 제외됐다.
앞서 의회 하원 공화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17일 1500쪽이 넘는 임시 예산안에 합의하고 이를 마감 시한인 20일 자정까지 통과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내정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비벡 라마스와미가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트럼프 당선인까지 가세하면서 양당 합의안은 파기됐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부채한도 문제를 연계해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연방정부 셧다운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에서 정부 예산안을 둘러싸고 양당이 극한 대립하는 일은 연례행사에 가까우며, 과거에는 정부 기관의 일부가 실제로 폐쇄된 사례도 있다. 하지만 머스크 CEO 등의 게시물을 계기로 소셜미디어상에 비판이 거세게 일면서 양당의 합의가 파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머스크 CEO는 ‘게시물 폭풍’으로 의회 협상을 무산시켰다”며 “세계에서 전혀 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통치”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