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지위 미련 못 버린 성씨 선택에 정치적 논란도
그리스 전 왕실 가문 일가가 군주제 폐지 50년 만에 공화정 체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국적회복을 신청했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타나시오스 발레르파스 내무부 관리는 “지난해 82세로 사망한 마지막 군주 콘스탄티노스 2세 국왕의 친척들이 19일 공화정 체제를 인정, ‘드 그레스(De Grece)’라는 새로운 성을 채택하는 데 서명했다”고 밝혔다. 드 그레스는 프랑스어로 ‘그리스의’, ‘그리스에서 온’ 등의 의미다.
그리스 왕정은 7년간의 군사 독재 끝에 1974년 12월 국민투표를 통해 폐지됐다. 당시 시민들은 압도적인 지지로 공화국 헌법에 찬성했다. 이후 왕실 일가는 수십년간 망명 생활을 이어갔다. 1994년에는 현재 국유 재산인 왕실 영지 등 재산을 두고 정부와 법적 다툼을 벌이다가 왕위 계승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주장해 국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국적을 되찾으려면 공화정 체제를 인정하고, 새 정부가 부여한 ‘글뤽스부르크’라는 성씨를 채택하라고 요구했지만 왕실 일가는 이를 거부했다. 글뤽스부르크 성씨가 독일계 조상을 지나치게 연상시킬 뿐 아니라 정통성 없는 그리스인으로 보이게 한다는 이유였다. 2013년 민간인 신분으로 그리스로 돌아온 이들은 18일 국적회복을 신청했다.
국적회복을 신청한 이들은 지난해 사망한 콘스탄티노스 2세와 앤 마리 여왕 슬하 자녀 5명과 손주 5명 등 총 10명인 것으로 현지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한편 그리스 정치권에서는 드 그레스 성씨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을 두고 논란이 빚어졌다. 사회당은 왕족으로서의 특권을 포기한다면서 그리스가 들어가는 성씨를 사용하는 게 혼란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좌파 정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도 “그리스의 법은 작위와 귀족을 인정하지 않는다. 성씨 선택권을 주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