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본시장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의 충격과 함께 올해 첫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그 후폭풍이 이어진 영향이다.
이에 연초부터 증권사도 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경고등이 커졌다. 이미 중소형 증권사들은 신용등급이 하향된 경우가 많았고, 대형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비해 충당금을 확대하면서 실적 우려도 겹쳤다.
2분기에는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20%를 넘어서며 전업권에서 가장 큰 연체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금융당국이 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 및 규제에 나서며 연말에는 우려가 조금 진정되는 분위기다. 다만 여전히 부실 사업장에 대한 경·공매 처분 과정 등이 업계 과제로 남아있다.
2월부터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증시에 기대감을 불어넣으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저평가된 국내 기업들이 스스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정책으로, 기업들의 자발적인 주주환원 등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신설하고, 이를 활용한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도 예고했다. 덕분에 금융주를 비롯한 배당주 등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기도 하고, SK나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밸류업 공시도 이어졌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의 반도체주 매수세까지 겹쳐 7월 코스피지수는 2900선에 가까워지기도 했다.
‘연말 코스피 3000’에 대한 희망도 잠시였다. 일명 ‘블랙먼데이’로 불리는 8월 5일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가 세계 증시를 짓누르자, 코스피 지수는 8.77% 급락했다. 장중 한때는 2400선마저 무너졌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모두에 ‘서킷 브레이커’(매매 일시 중단)가 발동되기도 했다.
10월에는 우리 국채의 WGBI 편입이라는 축하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우리 채권시장으로 대규모 글로벌 자금이 유입될 뿐 아니라 외환시장도 안정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이후부터는 국내외 정치적 이슈로 국내 증시의 속앓이가 시작됐다. 11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의 당선 소식에 국내 증시는 조선주 일부 수혜주를 제외하고는 변동성과 함께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한때 ‘10만 전자’를 바라보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4만 전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12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까지 가세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모두 연중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달러 강세의 파고가 몰아치며 원·달러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번째로 1450원을 넘어섰다.
10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금투세가 폐지되며 증시 반등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길을 끊으며 연말 증시 반등도 물 건너간 상황이다.
그렇다면 변동성과 불안감 속 국내 증시 흐름은 내년 붕괴를 알리는 ‘탄광 속 카나리아’일까, 반등 전 저점 기회일까. 증권가에서는 연말 저점을 찍고 내년 반등을 이룰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7월 이후 5개월 이상 지속돼 코스피의 12월 부진은 이번 하락 추세의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경기 회복 △정부 재정 강화 △선행 EPS 반등 △연기금 순매수 등을 이유로 12월 코스피 변동성 확대는 비중확대, 매집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