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공간에 체험ㆍ특화 콘텐츠로 모객 순항
업계 양극화 심화…지역 점포 구조조정 본격화
경기 불황에도 롯데·신세계백화점 등 국내 대형 백화점에서 잇달아 최대 연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될 놈은 된다는 일명 ‘될놈됨’ 공식이 그대로 반영, 넓은 점포 규모와 차별화한 콘텐츠를 앞세워 계속 덩치를 키우는 모양새다.
26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25일 올해 연 매출 3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1% 성장한 것으로, 2022년 연 매출 2조 클럽에 입성한 지 2년 만의 성과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 매출 2조 원을 넘겼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이미 지난달 연 매출 3조 클럽 입성을 마쳤다. 작년보다 3조 클럽 입성 시기를 한 달 가량 앞당겼다. 또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도 21일 연 매출 2조 원 돌파했다. 서울 외 지역 백화점 점포 중 최초로 2년 연속 2조 클럽을 달성했다.
이런 호실적은 경기불황으로 전국 대다수 백화점 점포가 침체인 것과 대조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요 유통업체 매출에 따르면 올 1분기 백화점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5.5%였지만, 2분기 0.8%로 성장세가 꺾였다. 게다가 3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 0.7% 역신장했다.
롯데 잠실·본점, 신세계 강남·센텀시티점 등이 조 단위 연 매출을 낸 것은 거대한 점포 규모와 참신한 콘텐츠 때문이다. 모객에 효과적인 콘텐츠와 수용 가능한 점포 규모가 시너지를 낸 셈이다.
일례로 롯데 잠실점의 3조 클럽 클럽 입성의 결정적 비결은 복합쇼핑타운에서 비롯됐다. 롯데백화점은 2021년부터 롯데자산개발이 운영하던 롯데월드몰을 가져와 운영했다. 이로써 롯데 잠실점은 백화점, 명품관, 쇼핑몰을 갖추게 됐다. 특히 올해는 면적 규모를 2314㎡(700평)대로 확대한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열어, 오픈 4주 만에 25만 명을 유치해 모객 효과를 제대로 누렸다.
신세계 강남점도 공간 혁신과 콘텐츠에 집중했다. 앞서 6월 센트럴시티 중앙부 3개 층에 7273㎡(2200평) 규모로 백화점과 호텔의 장점을 결합해 '하우스 오브 신세계'를 조성했다. 이곳은 원래 신세계면세점이 있던 공간이었는데 미식, 쇼핑, 예술을 한 곳에서 누릴 수 있도록 리뉴얼했다. 또 신개념 디저트 테마파크를 표방, 2월 오픈한 '스위트파크'도 950만 명을 이끌었다. 이들 두 공간을 이용한 뒤 다른 장르 쇼핑으로 이어진 연관 매출은 전체의 70%인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백화점이라고 해도, 경쟁력이 없는 경우 쓰러지고 있다. 일각에선 2025년부터 전국적으로 '백화점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6월 마산점을 폐점한 롯데백화점은 현재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을 추진 중이고 현대백화점도 내년 6월 디큐브시티점 폐점을 확정한 상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 규모나 지역에 따라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면서 “체험 리테일을 얼마나 구현하느냐에 따라 백화점 매출이 달라지기에 매장 규모가 작거나 지역 점포는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