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혼인↓ㆍ랩다이아몬드 인기에 타격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업체인 드비어스의 올해 다이아몬드 재고량이 20억 달러(약 2조9000억 원)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드비어스 최고경영자(CEO) 알 쿡은 “올해는 다이아몬드 원석 판매가 부진한 해였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재고 급증의 주요 원인은 미국에 이어 2번째로 큰 다이아몬드 시장인 중국에서 결혼이 줄면서 수요가 많이 감소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봉쇄 이후 중국인들이 사치재보다는 여행에 지출을 많이 하면서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천연보다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다이아몬드(랩다이아몬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랩다이아몬드는 감정서가 없으면 전문가조차 천연 다이아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분ㆍ경도ㆍ굴절률에 차이가 거의 없는데 가격은 천연의 20% 수준이다.
가장 큰 경쟁사인 러시아의 다이아몬드 기업 알로사도 수요 부진과 함께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올해 주요 7개국 국가들이 제재를 가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원 약 2만 명을 거느린 드비어스는 19세기 후반에 설립된 이래로 800억 달러 규모의 다이아몬드 주얼리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1947년 선보인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광고카피는 영원한 사랑을 원하는 남녀들을 매혹시키며 세계 1위 다이아몬드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됐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시작된 구조적 수요 감소로 인해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 공급을 억제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있다. 올해 다이아몬드 생산량을 20% 줄었고, 이달 경매에서는 중개상들에게 파는 도매가격도 낮췄다.
드비어스의 매출은 올해 상반기에 22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28억 달러에 비해 감소했다.
다이아몬드 산업 분석가 폴 짐니스키는 드비어스의 원석 다이아몬드 매출이 작년에 30%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기업인 앵글로 아메리칸은 드비어스의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쿡 CEO는 드비어스의 분사를 준비하면서 광고와 소매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현재 글로벌 매장 수를 40개를 10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쿡 CEO는 “내년에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점진적인 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10월과 11월에 보석과 시계 구매가 늘어나는 등 미국에서 소매 확대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