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와 함께 러시아군 오인 공격 가능성 제기
최근 체첸 지역서 우크라 무인 공격 늘어나
카자흐스탄에서 추락해 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을 두고 추측이 무성해지고 있는 가운데, 카자흐스탄 당국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블랙박스를 수거했다고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교통 사건 담당 검사는 사고 현장에서 비행기 블랙박스를 수거했다.
앞서 이날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 인근에서 아제르바이잔항공 여객기가 수도 바쿠에서 러시아 체첸공화국 그로즈니로 가던 중 추락했다. 사고 여객기는 아제르바이잔 항공 J2-8243편으로 브라질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사의 ‘엠브라에르 190’ 기종이다. 해당 여객기에는 아제르바이잔,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 국적의 승객 67명이 탑승해 있었으며 이 중 38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사고 발생 직후에는 러시아의 민간 항공 감시업체의 예비정보를 토대로 비행기 기체에 새떼가 충돌하면서 추락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당시 아제르바이잔 항공도 비슷한 설명을 했었다.
하지만 사고 수습 과정에서 러시아군의 오인 공격으로 격추됐을 가능성이 부상했다. ‘새떼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던 아제르바이잔도 이를 철회했다.
로이터는 항공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이른바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추락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사망한 조종사는 1만5000시간이 넘는 비행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었다. 항공 컨설팅 업체 에어로다이내믹 어드바이저리의 리처드 아불라피아 애널리스트는“일반적으로 항공기가 새떼와 충돌하면 가까운 벌판이나 비행장에 비상착륙하게 된다”면서 “비행기가 조종 불능 상태가 될 수는 있지만, 항로를 크게 벗어나 비행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고 항공기가 애초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북서쪽으로 출발, 러시아 남부의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아예 동쪽 반대편의 카스피 해를 건너 악타우로 향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러시아군이 사고 여객기를 우크라이나 무인기로 오인해 공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고 여객기 목적지인 체첸은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무인기에 대응해 러시아 방공 시스템이 작동했던 곳이다. 체첸에서는 이날 오전에도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일부 현지 매체는 사고 여객기 꼬리 부분에는 여러 구멍이 나 있는데 이를 두고 대형 지대공 미사일이 명중한 흔적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여객기 추락사고에 대해 애도를 표하며 러시아 의료진 급파를 지시했다. 사고 여객기의 목적지였던 체첸공화국의 수반인 람잔 카디로프도 성명을 통해 애도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