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보험업계 현장 상담 지원
정확한 손해액 산정은 시일 소요
블랙박스 손상 등 조사에 '난관'
금융당국이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자에 대한 보상금 중 일부를 선지급하는 방안에 착수했다. 해당 항공기의 배상책임 담보 보상한도가 1조5000억 원에 달하지만 과실 유무 및 손해 규모 산정 등 조사와 심사가 까다롭기 때문에 정확한 손해액 지급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법에 따라 제주항공이 탑승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보상금은 결국 항공배상책임보험에서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보험사가 해당 선급금을 바로 유가족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조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별 소득이나 연령 등을 개별적으로 따져서 손해액을 산정해 지급해야 하는 최종 보험금은 조사 이후 지급돼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부의 선급금과 시민안전보험과 여행자보험, 사망보장보험 등에 대한 보험금은 신속히 지급될 수 있도록 통합지원센터에 인력을 파견했다”고 덧붙였다.
상법 906조에 따르면 여객의 사망 또는 신체의 상해가 발생한 항공기 사고의 경우에 운송인은 손해배상청구권자가 청구하면 지체 없이 선급금을 지급해야 한다.
정부 조사 결과 사고 여객기 탑승객 중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100여명 정도로 추산됐다. 미성년자를 제외한 성인 탑승객의 경우 지자체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군민안전보험을 통해 2000만 원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들도 피해 고객에 대한 보험금 심사·지급 업무를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이날 오전 간부회의를 열고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오늘 중으로 보험금 지급을 위한 현장 상담 창구를 가동하는 등 관련 조치를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피해 수습·지원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즉시 조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는 5개 보험사가 공동인수한 항공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다. 가입 금액 총 10억3651만 달러(약 1조5256억 원) 중 배상책임 담보의 보상한도는 10억 달러(약 1조4723억 원)다. 이 중 보장 한도의 99%는 영국 재보험사인 악사(AXA) XL에 출재돼 있다. 악사 XL 관계자는 전일 국내로 입국해 사고수습과 함께 보험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보험사도 무안 사고 지역에 인력을 파견했다.
다만 해당 보험금이 지급되려면 과실 유무를 파악하고 손해 규모를 산정하는 등의 조사와 심사가 필요해 정확한 손해액 지급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또 항공사고 조사는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릴 수 있는 데다, 이번 사고에서는 원인을 밝힐 핵심 단서인 블랙박스가 일부 손상된 점도 난관으로 지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항공사가 가입한 항공배상책임보험은 계약 조건에 따라 사고 조사 후 손해액을 산정하는 등의 작업을 거친 뒤 보험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일 전라남도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의 여객기가 착륙 중 외벽에 충돌해 발생한 화재로 탑승객 181명 중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