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외 건설 연간 수주 목표액인 400억 달러 달성이 사실상 무산됐다. 비상 계엄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수주에도 부담이 커졌다. 민·관 합동 수주지원단인 '원팀 코리아'의 행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가신인도 및 외교 라인 회복이 시급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24년 1~11월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금액은 326억9352만 달러로 전년 동기(277억3739만 달러) 대비 17.8% 증가했다. 이는 2016년 이후 최대 규모다.
다만 2024년 목표치였던 400억 달러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누적 수주액 1조 달러 돌파 목표도 불발됐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수주액은 아직 집계 중으로, 이후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거쳐 올해 수주 목표치를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건설 수주액은 2020년 이래 5년 연속 연간 3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올해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가 신인도의 타격을 입은 데다 탄핵 정국에 진입하면서 올 상반기까지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현재 우리 정부의 외교 라인은 멈춰있는 상태로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리드하고 풀어가야 할 것들이 많다는 점에서 원팀 코리아의 지원도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민·관 합동 수주지원단인 원팀 코리아를 출범하고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건설, 철도, 화학 등 26개 MOU 체결 △체코 원전(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 아미랄 석유화학단지(현대건설) △카타르 퍼실리티 E 담수복합발전소(삼성물산) 등 다수의 프로젝트 수주 및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비상 계엄 이후 아직까지 해당 프로젝트가 취소·변경 되는 등 피해 사례가 보고된 바는 없다.
국토부는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최근 '해외건설시장 동향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대외 신인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발주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우리 기업을 변함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은 어둡다. 당장 올해 상반기에는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본계약이 예정 돼 있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는 시기에 수주 여부가 확정된다는 점에서 업계의 촉각이 곤두선 상태다.
한 해외 건설업계 관계자는 "계엄 이후 국가 신인도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발주처에서 신뢰도 하락 등 부정적 시각에서 바라볼 가능성이 있다"며 "60년 가까이 해외 영업을 해오면서 쌓은 것이 한번에 무너지진 않겠지만, 정치적 리스크가 추가적으로 확대된다면 어떻게 될지 예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해외 건설 시장 규모가 2024년 대비 7.8% 증가한 16조6000억 달러에 이를 것을 고려해 새로운 수주 목표치 달성을 위한 국가 신인도 회복과 외교 지원이 시급하단 견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해외건설 시장 전체는 커지지만, 한국이 들어갈 수 있는 시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수주가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지난해 목표치인 400억 달러도 어려울 수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리드하고 역할을 해줘야 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빠른 신인도 회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