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시 우상향”, 말잔치만 말고 희망을 보여달라

입력 2025-01-0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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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새해 첫 거래일에 약보합세로 마감했다. 2400 고지 탈환도 못 했다. 2일 코스피 종가는 전장보다 0.55포인트(p) 내린 2398.94이다. 지난달 24일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그나마 코스닥이 8.44p 오른 686.63에 마감해 개장일 체면을 세웠다.

2024년의 참담한 기억이 되풀이될까 걱정이다. 코스피는 밸류업 기대감에 지난해 7월 한때 2900선을 넘봤지만, 8월 5일 블랙먼데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선 승리, 비상계엄·탄핵 등 악재에 치여 추락을 거듭했다. 반면 지난해 미국 3대 증시인 S&P500(25.18%), 나스닥(31.38%), 다우존스(14.07%)는 모두 불을 뿜었다. 일본 닛케이도 20% 가까이 상승했다. 중국, 대만, 유럽 등 안 오른 곳이 없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 증시(TA-35)도 27%나 올랐다. 반면 코스피는 9.63% 떨어졌다. 코스닥 하락률은 21.74%에 이른다.

‘국장(한국 주식시장) 탈출’은 1년 내내 이어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12월 24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5조2254억 원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 보관액은 1175억9650만 달러(약 163조3063억 원)로 연초 대비 74.6% 급증했다. 보관액 규모가 1000억 달러를 웃돈 것은 사상 처음이다. 외국인도 등을 돌려 8월 말부터 역대 최장인 18주 연속 순매도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기본적으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대로 주저앉을 만큼 경제 전망이 어둡다. 정부가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 올해 실질 GDP 증가율 전망치는 1.8%다. 반년 만에 0.4%p 낮췄다. 수출 둔화 우려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2기’가 20일 출범하면 어떤 쓰나미가 밀려올지 알 수 없다. 국가 대항전이 된 첨단산업의 경쟁력 약화도 불안 요인이다. 지뢰밭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기업과 경영인 분발만 바랄 한가한 국면이 아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025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시장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이어지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증시 안정과 회복, 우상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주식시장활성화TF단장)은 “경제가 활성화되는 데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 정책 대안과 실행이 빠진 말잔치는 공허할 뿐이다. 1500만 개미 투자자는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길 간절히 원한다. 행동이 필요하다.

증시 우상향을 위한 입법 과제를 모를 시장 참여자는 없다. 오로지 여의도 정가만 외면할 뿐이다. 가업상속공제 확대, 배당소득분리과세 등 탄핵 정국에 줄줄이 무산된 밸류업 세제 지원안 논의를 속히 재개해야 한다. 국가 미래 먹거리와 직결된 민생·경제 법안 처리도 급하다. 때마침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반도체산업특별법,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 고준위방폐장특별법, 해상풍력법 등을 1월 국회에서 일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다 여야 공감대가 형성된 법안들이다. 더 미룰 이유도, 여유도 없다. 불씨를 되살리려면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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