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의 시선] 이익 좇아 正論 버린 언론의 민낯

입력 2025-01-0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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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계엄·줄탄핵…국정마비 갈등최고조
야당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서 예고
정치에 빠진 기성언론 미래 암울해

2025년 새해가 밝았다. 새 달력 앞면에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말이 송구영신(送舊迎新)이다. 지난해에 있었던 좋지 않은 일들은 모두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자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 국민에게 2025년은 그렇지 못할 것 같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혼란과 이때다 싶어 폭주하고 있는 야당의 ‘묻지마 줄탄핵’이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국정은 완전 마비 상태에 빠져 버렸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판이다. 이런 와중에 무안공항에서는 비행기 사고로 179명의 희생자가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이에 대처해야 할 주요 국무위원들이 야당의 탄핵 공세로 공석 상태다. 말 그대로 내일이 없는 국가파괴 행위가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까지 발부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느낌이다.

이처럼 대통령 탄핵과 국정 마비라는 최악의 상태에 이르게 된 과정을 언론 관점에서 한번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단초는 작년 초 야당의 방송법 공세에서 찾을 수 있다. 여야가 독점해 왔던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여러 언론 유관 단체들로 분산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엄밀히 살펴보면, 공영방송 이사 3분의 2 이상을 친야 혹은 민노총과 연계된 좌편향 단체들이 추천하게 돼 있어서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야당이 방송법 개정에 총력전을 전개한 이유는 8월에 공영방송 이사진 임기가 끝나 교체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권을 집요하게 공격해 왔던 MBC는 연말에 재허가 심사까지 예정되어 있었다. 그동안 MBC는 수차례 허위 또는 편파 보도들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여러 차례 법정 제재를 받아, 정량적으로 재허가 자체가 위험하다는 전망들이 적지 않았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방송법 개정이 쉽지 않자 야당은 ‘전가의 보도’인 탄핵 카드를 집어들기 시작하였다. 결국 두 명의 방송통신위원장과 권한대행이 야당의 탄핵 압박에 밀려 사퇴하였다. 급기야 차기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추천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곧바로 국회에서 탄핵되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지연을 위해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도 추천하지 않았다.

지금 야당의 줄탄핵 공세와 헌법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파행적 정치행태들은 이미 지난 봄부터 예고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야당에 탄핵이라는 무기의 학습효과를 분명히 각인시켜 준 훌륭한 예행연습이었던 셈이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공영방송을 비롯해 주요 언론 기관들에 대한 인적 교체를 밀어붙였다. 정치에 함몰된 한국 언론의 민낯이 극단적 여야 갈등 국면에서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다. 결국 야당의 탄핵 공세는 성공한 듯하다. 정부를 무력화시키면서 방송법 개정을 다시 몰아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론(正論) 아닌 정론(政論)에 기대어 성장해 온 한국 언론의 감추어져 있던 속살이 거침없이 분출되고 있다. 심지어 보수신문이라는 언론들까지 앞장서 ‘돌 던지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미 한국 언론은 정파성을 떠나 ‘책임있는 의제설정자로서 진실 추구자(true seekers as responsible agenda setter)’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봉쇄·왜곡하는 ‘사악한 조작자(sinister manipulator)’임이 드러나고 있다.

어찌 보면 급추락하고 있는 기성 언론들이 정치권력에 기대어서라도 살아보겠다는 ‘최후의 저항’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국 언론의 추락은 온라인 매체들의 도전 때문이 아니라 정치에 함몰된 모습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신뢰 상실이 원인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2024년에 한국 언론의 속내가 드러났다면, 2025년은 침몰 원년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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