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인터뷰] K-벤처 활약엔 그의 지원이… 신희동 KETI 원장 “주력산업 AI에 투자해야”

입력 2025-01-1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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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직접 CES 현장 찾는 신희동 KETI 원장
“CES 참가한 국내 벤처들 적극 지원하고 돕겠다”
KETI, 기업 통한 AI 관련 기술 선보여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 최대 기술정보(IT)‧가전 박람회 ‘CES 2025’가 열린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서 신희동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 최대 기술정보(IT)‧가전 박람회 ‘CES 2025’가 열린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서 신희동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5’에서 한국 기업들의 활약이 특히 눈에 띈다. 이번 CES 혁신상 수상 기업 292개 중 191개가 한국 기업이며, 한국은 CES 참가국 중 세 번째로 많은 혁신상을 수상한 국가다.

전자‧IT 산업 분야의 기술 개발과 성장을 뒷받침하는 전문 단체도 자연스레 주목받고 있다. 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 따라 설립된 전문 생산기술 연구소인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이 그 대표적인 예다. KETI는 국내 전자 산업의 기술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연구와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신희동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은 7~10일(현지시간) CES 2025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직접 찾아 국내 기업에 다각도의 지원을 펼쳤다. 이곳에서 만난 신 원장은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은 CES에서 마케팅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뛰어난 기술력이 묻히지 않도록 기업-바이어 만남을 이어주고 기술을 지원하는 등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 원장과 일문일답.

Q. CES 2025를 둘러본 소감은.

A. 2023년부터 3년째 CES를 찾고 있는데, 확실히 인공지능(AI) 관련 제품과 서비스의 출품이 크게 늘어난 점이 느껴진다. AI 관련 혁신상 지원 건수도 약 50% 증가했다고 한다. CES 2025의 주제인 ‘Dive In(몰입)’이 보여주듯, AI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여러 산업 분야에서 AI가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AI는 우리의 일상과 산업 구조 전반을 본질적으로 혁신할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기대된다.

Q. 올해는 AI 기술이 어떻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는지.

A.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AI+EV(전기차)+SDV(소프트웨어 중심차량)’가 가속화하며 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온칩(SoC), AI 모니터링 솔루션이 통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에는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AI 에이전트가 적용되고, 로보틱스 분야에는 테슬라의 ‘옵티머스’처럼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AI 기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대세가 될 것이다.

Q. KETI 원장으로서 생각하는 연구개발(R&D) 투자 방향은?

A. ‘챗GPT’와 같은 AI 파운데이션 모델(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해 훈련된 범용 AI 모델)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보다 우리의 강점인 가전, 모바일, 자동차 등 주력산업에 실수요를 기반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제조현장에 적용될 ‘자율제조 AI’나 ‘온디바이스 AI’, 특정 산업분야에 특화한 AI 기술인 ‘버티컬 AI’ 등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 최대 기술정보(IT)‧가전 박람회 ‘CES 2025’가 열린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서 신희동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속 제품은 중국 기업 TCL의 4K패널을 적용한 태블릿PC와 노트북. (이수진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 최대 기술정보(IT)‧가전 박람회 ‘CES 2025’가 열린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서 신희동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속 제품은 중국 기업 TCL의 4K패널을 적용한 태블릿PC와 노트북. (이수진 기자)

Q. 이 분야 투자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까.

A. 다소 경직된 정부의 R&D 투자 방식을 과감히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기존의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R&D에서 탈피하기 위해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와 ‘한계도전 R&D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새로운 투자 방식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한다. 지금까지 R&D는 특정 기술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지원을 받아왔으나, 앞으로는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 R&D 역할과 영향을 고민해서 전략적인 방향 설정을 해야 한다.

Q. KETI도 이번 CES에서 혁신 기술을 전시했는데.

A. 1991년 설립된 KETI는 최근 30여 년간 기술개발과 성과의 시장 연계 활동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시장에 한걸음 가까운 기술은 우리나라 기업을 통해 출품하고, 이로써 우리 기술의 시장 영향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는 4개 기업과 함께 AI를 적용한 혁신 기술을 출품했다.

Q. 출품한 기술은?

A. 앞서 설명한 자율제조 AI와 버티컬 AI, 온디바이스 AI과 관련된 기술이다. 이처럼 연구원 차원에서 기업 창업과 협력을 지원하고 있고, 그 성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지원을 계속 해 나갈 계획이다.

Q. 출품작의 구체적인 내용은?

A. KETI의 연구원이 ‘폴리곰’으로 창업했고 1년 차에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개인 3D 아바타 제작 기술’이다. 사진 한 장으로도 디지털 아바타를 생성할 수 있고, 애니메이션도 입힐 수 있는 서비스다. 자율제조 AI 기술로 만든 것이고, 게임이나 확장현실(XR) 산업으로 확장 가능성이 높다.

Q. KETI가 버티컬 AI로 기반 기술도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지.

A. 그렇다. 버티컬 AI을 토대로 만들어진 LK로보틱스는 폐쇄회로(CC)TV와 카메라 기술,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개인을 식별하고 추적하는 기술이다. 알에프닛시는 자체 전원 공급형 스마트 안테나다. 외부 전원이 없어도 스스로 에너지를 모으고, 신호 품질을 모니터링해 실시간 피드백하는 기술을 갖췄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 최대 기술정보(IT)‧가전 박람회 ‘CES 2025’가 열린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서 신희동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 최대 기술정보(IT)‧가전 박람회 ‘CES 2025’가 열린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서 신희동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수진 기자)

Q. 온디바이스 AI는 AI 시대의 대세가 되고 있는데.

A. KETI와 GSF솔루션이 공동 연구개발한 ‘온디바이스 데이터 분석‧관리’ 기술은 온디바이스 AI를 활용한 것이다. 장비 부품과 수명, 성능을 예측해 반도체 수율 향상에 도움을 준다.

Q. CES 2025 참가 기업에 어떤 지원을 했는지

A. R&D를 마친 국내 기업들은 제품과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판로나 투자 연계에서 어려움을 호소한다. CES 참가 승인 절차부터 부스 설계, 운영까지 어려움이 많다. KETI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함께 기술의 혁신성 검증과 부스 설치, 전시품 운송, 통역 등을 지원했다. 또한,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잠재적인 투자자와 바이어 유치를 위한 현지 마케팅 활동을 지원했다.

Q. CES 2025에 참가하는 기업들의 주된 애로사항과 KETI의 지원은?

A. CES 참가 기업들은 이곳에서 실질적인 투자자와 바이어들에게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얻길 원한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은 부스 위치나 홍보 방식의 한계로 마케팅 기회가 축소된다. 연구기관 차원에서 부스 위치 선정의 지원까지는 어려워도 기술지원과 실질적 투자자나 바이어와 연결 등 프로그램은 지원하고 있다. 10일부터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초격차 스타트업(DIPS) 1000+’ 행사가 있다. 이곳에 현지 벤처캐피탈(VC), 기업형벤처캐피탈(CVC) 등이 참석하는데, KETI는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기업설명(IR) 행사를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정책을 만드는 이들이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CES에 와서 세상의 흐름을 봐줬으면 좋겠다. 기술 변화 속도가 많이 빨라졌다. 그런데 그 속도를 체감하지 못하면 정책을 만들 수가 없다. 이런 곳에 나와서 많이 접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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