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속에서도 EV 판매 대수 31.3% 증가
HMGMA 가동으로 친환경차 입지 확대 기대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격전지' 미국에서 처음으로 20% 넘는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달성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30% 이상 늘어나는 성과도 거뒀다.
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친환경차 34만6441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24.6% 증가한 수치다. 이는 현대차·기아가 2011년 미국에서 친환경차 판매를 시작한 이후 최다 기록이다.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체 판매 대수의 20.3%를 차지한다. 미국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20%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22.4%, 기아는 17.9%였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모두 최다 판매를 달성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전년 대비 31.3% 증가한 12만3861대 판매됐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얻은 의미 있는 성과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양사의 전기차 판매가 27.7% 줄었다.
하이브리드차는 21.2% 증가한 22만2486대 팔리며 친환경차 판매를 견인했다. 다만 수소전기차는 61.0% 감소한 94대 판매하는 데 그쳤다.
주요 친환경차 모델 판매량을 보면 하이브리드차 중에서 투싼 HEV는 전년보다 65.9% 늘어난 6만6885대 팔려 그룹 친환경차 모델 중 최다 판매 모델에 올랐다. 이어 기아 스포티지 HEV가 9.6% 증가한 4만2284대, 현대차 싼타페 HEV가 34.5% 확대된 3만2430대 판매되며 연간 최다 기록을 세웠다.
전기차는 현대차 아이오닉 5가 30.9% 늘어난 4만4400대, 기아 EV6가 15.0% 증가한 2만1715대 판매되며 역시 최대 성과를 냈다. 지난해 말 출시된 기아 EV9은 전년 대비 1869.3% 늘어난 2만2017대 팔리며 신차 효과를 톡톡히 봤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70만8293대를 판매하며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역대 최고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차·기아 합산 연간 미국 판매량이 170만 대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판매량 순위 역시 제너럴 모터스(GM), 도요타, 포드에 이어 4위를 유지했다.
현대차그룹에 미국 시장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전체 글로벌 판매 723만1248대 가운데 미국 시장의 비중은 23.6%에 달했다. 4대 중 1대가 미국에서 판매된 셈이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도 전날 그룹 신년회에서 “올해 역시 제일 중요한 부분은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자리매김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지난해 말부터 가동을 시작하면서 친환경차 입지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HMGMA는 당초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계획됐으나 하이브리드차의 인기에 따라 혼류 생산 기지로 변경됐다.
특히 현대차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9, 기아 EV9과 EV6, 제네시스 GV70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을 받게 되면서 판매가 더욱 늘 것으로 기대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이전 행정부에서 결정한 HMGMA가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에서 결실을 보고 있다”며 “연간 30만~50만대 차량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