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앞두고 ‘눈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9일(현지시간) 글로벌 기후변화 조직에서 탈퇴를 발표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20일 대통령 재집권 취임식을 앞두고 월가가 탈탄소 노력에서 대탈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랙록은 이날 고객들에게 서한을 통해 ‘넷제로(탄소중립)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ZAMI)를 떠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NZAMI는 전 세계 자산 관리사들이 2050년까지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20년 결성됐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 관리사들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다 지속할 수 있게 전환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기여하겠다는 약속을 기반으로 구성됐다. 약 325개의 자산 관리사가 참여했으며, 이들이 관리하는 자산은 총 약 50조 달러에 달한다.
블랙록은 글로벌 고객사의 3분의 2가 탄소중립 목표에 찬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NZAMI에 가입했는데, 이로 인해 회사 관행에 혼란이 초래됐고, 여러 공공기관으로부터 법적 조사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11조 달러 이상을 관리하는 블랙록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주의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텍사스주 등 10개 주는 작년 11월에 석탄생산을 줄이고 에너지 가격을 올렸다며 반독점 법률 위반 혐의로 소송했다.
블랙록은 또 하원 법사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자사를 포함해 스테이트스트리트코퍼레인션과 뱅가드그룹 등 금융업계가 미국 기업에 ‘급진적인 ESG’ 목표를 강요하기 위해 담합과 반경쟁적 행동을 한 것으로 발표했다고 전했다.
앞서 은행들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은행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에서 잇따라 탈퇴했다. 지난달 초부터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체이스 등이 떠났다.
NZBA은 유엔 주도로 2021년 출범했으며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은행 연합체다. 현재 전 세계 140여 개 은행이 참여했다.
월가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관련 정책이나 이니셔티브에서 대거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기후변화는 사기’라며 환경 문제를 경시한다. 더 나아가 석유화학 사업을 더 육성하자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