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지지하던 총리는 입지 약화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징집 연령 하향 압박
루마니아 대선 1차 투표선 친러 인사 깜짝 1위
헌재 재투표 명령에 극우 지지자들 시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3년이 다 돼 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던 서방 국가들이 점점 우크라이나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인다. 주요 선거마다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승리하면서 겨울 전투를 위해 지원을 호소하던 우크라이나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크로아티아 대통령선거 2차 투표에서 조란 밀라노비치 대통령이 개표율 98% 기준 74.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승해 재선에 성공했다. 이는 크로아티아가 국제사회로부터 독립을 인정받은 1992년 이후 가장 큰 대선 승리로 기록됐다.
밀라노비치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했다. 크로아티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밀라노비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나토 회원국 영토에서 훈련하는 것을 반대하고 참여를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총리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점차 밀라노비치 대통령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대선 압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확고한 지지자인 플렌코비치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집권 여당 크로아티아민주동맹(HDZ)이 지난해 총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데 이어 이번 대선에서마저 여당이 지지한 드라간 프리모라츠 후보가 참패하면서 입지를 잃어가는 상황이다.
밀라노비치 대통령의 재선은 유럽연합(EU) 유권자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놓고 모호한 감정이 커지고 있다는 최근 신호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미국에선 마이클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휴전 합의에 앞서 우크라이나에 징집 연령을 낮추라고 압박했다. 그는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현재 그들의 징집 연령은 18세가 아니라 26세”라며 “우크라이나가 수십만 명의 신규 병력을 양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5월 전시 징집 연령을 27세에서 25세로 낮췄다. 월츠 내정자 발언은 징집 연령 관련 틀린 정보를 내포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스스로 군사력을 키우라는 메시지만큼은 확실히 전했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다음 주 취임하면 우크라이나를 향한 미국의 압박은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해 트럼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위대한 세일즈맨”이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 정책을 뒤엎겠다고 예고했다.
루마니아에선 지난해 11월 대선 1차 투표에서 친러시아 인사인 컬린 제오르제스쿠가 깜짝 승리하며 결선에 진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제오르제스쿠는 자신이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인물이다.
그러나 1차 투표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헌법재판소가 투표 결과를 무효하고 재선거 명령을 내렸고, 루마니아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극우 정당인 루마니아연합동맹(AUR)은 헌재 결정에 불복하며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날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극우 지지자 수천 명과 함께 시위를 벌였다.
싱크탱크 로위연구소가 운영하는 외교 전문지 디인터프리터는 “요하니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노력을 확고히 지지해 왔지만, 제오르제스쿠의 1차 투표 1위는 놀라운 일이었다”며 “시민들은 국내 문제가 자신들의 삶에서 더 중요해지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그들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