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 넘는 가격이 발목 잡아
핵심 부품 OLED 원가 낮추기
기판 키운 '8.6세대' 라인 구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탑재한 애플의 태블릿PC 출하량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면서 수혜를 볼 것으로 점쳐졌던 국내 디스플레이업계는 실망하는 분위기다. 애플의 시도는 OLED 태블릿PC의 원년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시장 침체로 고전 중인 삼성·LG디스플레이에게 새로운 기회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OLED 패널 가격이 안정화되고 소비 심리가 회복된 이후에야 관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OLED 패널을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Pro)’ 출하 목표를 1000만 대로 설정했지만, 실제 출하량은 600만 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2027년에 OLED 패널을 탑재한 노트북 ‘맥북 에어’를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제품 판매 부진 영향으로 계획을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OLED 아이패드 프로는 국내에서 지난해 6월 출시됐다. 업계 최초로 OLED 패널이 탑재된 태블릿PC 제품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OLED 패널은 화질과 전력효율, 공간 절약 측면에서 기존의 액정표시장치(LCD)나 미니LED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 공급 비중을 각각 50%씩 맡으며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에 기대감을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신제품 판매량은 저조했다. 비싼 가격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애플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와이파이와 셀룰러 기능이 탑재된 아이패드 프로는 크기마다 다른데, 13인치 256기가바이트(GB) 제품은 229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20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업계 관계자들은 “비싸다”고 입을 모았다. OLED로 패널 전환이 가격 인상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칩과 용량이 바뀌는 등 다른 요인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태블릿 PC에서 디스플레이 가격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OLED 패널은 TV와 스마트폰에 이미 수년 전부터 탑재됐으나, 태블릿PC 등 IT 기기에 탑재된 것은 거의 처음이다. 공급과 수요 모두 적다 보니 비쌀 수밖에 없다.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부진도 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 침체로 태블릿PC와 노트북 등 제품의 판매량은 좀처럼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태블릿PC의 주요 수요처는 교육용이다. 하지만 이같은 용도로 사용하기에 OLED를 탑재한 고가의 태블릿PC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는 동시에, OLED 패널 가격이 내려가면 OLED 태블릿PC 수요도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 업계는 8.6세대 IT용 OLED 전용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8.6세대는 6세대 라인보다 더 큰 기판을 사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의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8.6세대 OLED 라인을 구축 중이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OLED 태블릿PC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는 단계여서 다소 비싼 측면이 있다”면서 “OLED 기판 크기가 8.6세대로 들어가면 생산가격이 많이 내려가서 세트사의 제품 가격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도 “결국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이고 아직은 공급도 수요도 더딘 상황으로 몇 년 더 지켜봐야 한다”며 “다만, 태블릿PC에 OLED가 탑재되는 건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회사 입장에서 투자도 과감하게 하기 어렵고 생산량을 마구 늘리며 가격을 떨어뜨리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