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투자·생산공장 지으며 관세 리스크 최소화 대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자 식품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우선주의 원칙에 따른 관세 인상과 무역 장벽 강화 정책이 현실화 될 경우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제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시스템을 개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핵심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파트너국 수입품에 대한 10~20%의 보편관세 부과를 주장해왔다. 보편관세란 미국과 교역하는 국가가 생산하는 상품에 대해 기존 관세율에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주장이 현실화 되면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업체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현지 생산 공장을 둔 국내 식품·외식업체들은 영향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업계는 미국에 대한 투자와 현지 공장 생산량 확대를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재 CJ제일제당, 농심, 대상, 풀무원 등은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수출보다 현지 생산 방식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어 관세 리스크가 적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서 20개의 식품 공장을 운영 중이고, 1곳을 추가로 건설해 현지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있다. 신규 공장은 자회사인 슈완스를 통해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 수폴스에 건설 중인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으로 2027년 완공이 목표다. 초기 투자 금액만 약 7000억 원을 들였고, 공장 규모는 축구장 80개(57만5000㎡)에 달한다. 완공 시 찐만두∙에그롤 생산라인과 폐수처리 시설, 물류센터 등을 갖춘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제조시설로, 미국 중부 생산거점 역할을 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국은 해외 식품사업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라며 “미래를 위한 선제적인 생산역량 투자를 통해 K-푸드의 글로벌 확산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미국 텍사스 주 벌리슨시에 약 23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내 첫 제빵공장 건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새 공장은 파리바게뜨 매장이 확산 중인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향후 진출 예정인 중남미 지역까지 베이커리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생산 시설이다. 면적은 약 15만㎡(4만 5000평)로 SPC그룹의 최대 해외 생산 시설이 될 전망이다. 파리바게뜨는 텍사스 공장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북미 지역에 매장을 100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SPC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맞아 SPC그룹은 미국에서 다양한 투자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체 해외매출 중 미국 매출액이 40%를 차지하는 농심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공장 2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엔 미국 제2공장 내 용기면 1개 라인을 증설하며 생산량 확대에 나섰다. 김치 브랜드 종가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대상도 2022년 세운 면적 1만㎡(3000평) 규모의 LA공장을 운영 중이다. 약 200억 원을 투입해 연간 2000톤(t)의 김치 생산이 가능한 제조라인과 원료창고 등 기반시설을 갖췄다.
반면 미국 공장이 없는 식품업체들은 관세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불닭볶음면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삼양식품은 미국에 생산 공장이 없다. 전체 매출 중 약 77%가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나오고 있지만, 현지 공장 건설 대신 경남 밀양시에 밀양 2공장을 건립해 수출 물량을 늘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첫 해외 공장 건립을 발표했는데, 이 역시 중국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빼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롯데웰푸드와 오뚜기도 아직 미국 생산 공장은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관세 부과는 물론 수입 절차 강화 등 비관세 무역장벽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에 따라 관세 부과는 물론 비관세 장벽에 대한 우려도 예의를 주시하고 있다”며 “외국에서 들어오는 제품에 대한 품질 검사를 까다롭게 강화하면 식품업체 입장에서는 그 만큼 판매할 수 있는 기간도 밀려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편관세 부과가 이뤄지면 미국을 상대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업체들이 매출액 대비 부가가치에 대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며 “식품업체 중에서도 미국 생산공장 운영 여부에 따라, 관세 부과 영향에 대한 체감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럽, 동남아시아 등 시장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