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단기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내달 미국과 일본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금융정책 정상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급격한 엔저에 따른 미국 측의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2%대를 꾸준히 유지하는 물가상승률에 대한 부담도 인상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선 금리 인상 경로가 여전히 유지될 것이라면서 올해 하반기 추가 인상을 전망했다.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 금리를 0.25% 정도에서 5% 정도로 0.25% 포인트(p)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금리 인상은 지난해 7월 이래 약 6개월 만으로, 정책금리가 0.5%가 되는 것은 2007년 2월~2008년 10월 이후 17년 만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06~2007년의 금리 인상은 대표적인 일본은행의 정상화 실패 사례지만, 지금은 다르다”면서 “당시에는 디플레 압력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정상화에 나섰지만 현재는 실질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우에다 총재는 2008년 당시 금리 수준인 0.50%를 인상의 상한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면서 일본은 여전히 인상 ‘경로’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BOJ의 추가 정상화 의지는 함께 공개된 자료들에서도 잘 나타난다”면서 “ 2025~2026년 성장률 전망치는 변화가 없었지만, 인플레 전망은 모두 상향됐고, 성명문과 경제 전망에서도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이 점점 목표치를 향해 갈 것이라는 자신감이 조금 더 뚜렷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미 지난해 춘투 임금 협상 이후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이 높아지고 있었던 점과 이시바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 등을 감안하면, 추가 금리 인상은 매우 유력하다”면서 “글로벌 경기 확장 국면이 유지된다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추가 인상을 예상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7월 발생한 급격한 엔캐리(금리가 낮은 엔화로 금리가 높은 나라의 자산에 투자) 청산에 따른 시장 충격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지난해와 달리 엔화의 과도한 숏 포지션이 없고 미국 경기가 견고한 것을 감안하면 금융 시장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엔화의 숏 포지션 자체가 지난해 블랙먼데이 사태와는 격차가 크다”면서 “다음달 미국 지표가 갑작스러운 부진을 보이지만 않는다면, 달러-엔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정부도 엔캐리 청산 유인이 낮다며 지난해처럼 시장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24일 금융상황 점검 회의에서 “시장 일부에서는 작년 BOJ 금리 인상 후 발생한 급격한 엔캐리 청산에 따른 시장 충격 재발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엔캐리 청산 유인은 낮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금융 상황을 작년 7월과 비교하면 BOJ 금리 인상은 동일하지만, 작년에는 미ㆍ일 간 금리 격차가 축소되고 엔화도 강세였던 반면, 현재는 금리 격차가 커지고 엔화도 약세”라면서도 “작년에도 BOJ 금리 인상 직후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 악화로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되며 시장 충격이 발생한 만큼, 향후 대외여건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