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상태에서 연일 메시지를 내며 옥중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구금된 윤 대통령이 이같은 행보를 이어가는 데엔 지지층 결집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여당과 정권재창출에 대한 높은 지지가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24일 설 연휴를 앞두고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을 통해 "설날이 다가오니 국민 여러분 생각이 많이 난다"면서 "을사년 새해는 작년보다 나은 한해가 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메시지의 제목은 '윤석열의 편지'다.
윤 대통령은 "여러분 곁을 지키며 살피고 도와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아무쪼록 주변의 어려운 분들 함께 챙기면서 모두가 따뜻하고 행복한 명절 보내시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인 윤갑근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서신 발신까지 제한된 상태여서 변호인 구술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전하는 설날 인사"라고 설명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증거인멸 우려 등을 우려해 윤 대통령의 서신 수·발신 금지 조치 결정서를 서울구치소에 송부했다.
이번 메시지는 지난 17, 19일에 이어 세 번째다. 17일에는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저는 구치소에서 잘 있다.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애국심에 감사드린다"며 지지자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지지자들의 폭력사태가 있었던 19일에는 "새벽까지 자리를 지킨 많은 국민들의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달라"면서 "경찰도 강경 대응보다 관용적 자세로 원만하게 사태를 풀어나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사법 절차에서 최선을 다해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과 정당성을 밝힐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수사기관의 문제점을 지속해서 부각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수사에 불응하는 내란 피의자가 옥중 메시지를 통해 핍박받는 모습을 연출해 국민의 동정을 사려는 의도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정말 국민 전체에게 보내는 편지가 맞는지도 의심스럽다. 법질서를 무너뜨리며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는 지지층에게 보내는 연서로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여론전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여당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
이날 한국갤럽이 21∼23일 진행(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1월 넷째 주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38%, 더불어민주당이 40%로, 양당 지지도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보였다.
이보다 앞서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16~17일(1월 3주차) 이틀간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46.5%, 민주당은 39%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진 건 약 5개월 만이다. '차기 대선 집권세력 선호도' 조사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8.6%가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을 택했다.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는 46.2%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0~22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선 국민의힘 지지율이 38%로 2주 연속 민주당(36%)을 앞섰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비상계엄 사태과 탄핵으로 대통령에 대한 체포와 구속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여당의 정권연장을 더 높게 지지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한국갤럽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지지도가 12%까지 하락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분석했다.
계엄 및 탄핵 정국을 수습하기보다 '따박따박 탄핵하겠다'며 정치적 공세에 집중하는 민주당에 대해 부정 여론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수 지지층의 트라우마가 결집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한 비판과 계파 갈등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보수 정당과 정권 연장에 대한 지지는 윤 대통령의 장외 여론전에 당분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같은 여론전이 법적 다툼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YTN라디오 방송에서 윤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나 보수층 결집이 흩어지지 않기 때문에 중도층 확장이나 앞으로의 플러스 알파도 고민할 수 있는 지점까지 온 것"이라며 "이렇게 지지층이 결집된 데에 대해 감사하다. 다만 여기서 그냥 만족할 것이냐, 더 나아갈 것이냐 고민을 하는 건 또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