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지율 역전 현상이 뚜렷해지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선두로 질주할 것 같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권 가도가 흔들리는 형국이다. 덩달아 불안해지는 건 국민의힘이다. 연일 ‘이재명 때리기’에 주력했던 국민의힘이기에 “이 대표가 아닌 후보를 이길 수 있는가”라는 새로운 숙제를 쥐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23일 이데일리 유튜브 채널에서 “이재명 대표와 (여권 주자들의) 양자 대결 여론조사 결과에 불안감을 갖는 민주당 지지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이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지금 당장 배척하지 않아도 ‘다른 대안을 띄워보자’는 여론이 비등할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 3총리(이낙연·정세균·김부겸)와 김동연 경기지사 등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언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3일 발표된 조원씨앤아이가 18일~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조기 대선이 열린다는 전제로 ‘이 대표 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양자 가상대결 투표 의향’을 물어본 결과 김 장관은 46.4%, 이 대표는 41.8%의 지지를 얻었다.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1%p,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두 사람의 격차는 4.6%포인트(p)로, 오차범위 내(±3.1%p)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12·3 비상계엄 이후 보수 진영 후보가 이 대표를 앞지른 건 처음이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4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실상에 대해 국민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여론조사 지지율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맞서 “충분히 싸워볼 만하다”며 자심감을 드러낸 셈이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23일 YTN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 ‘이 대표 당신은 나아?’라는 생각들이 뭉쳐서 ‘반이재명’, ‘반민주당’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법원은 이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한 사건의 결심공판이 이르면 내달 26일 연다고 밝혔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닌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악재로 통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아닌 다른 대권 주자가 출마하면 솔직히 정권 재창출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야권 관계자는 “차라리 지금 두들겨 맞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