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 점퍼인데 오리·거위털 ‘찔끔’…누가 믿고 사겠나[신뢰 위기 K패션]

입력 2025-02-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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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2-23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혼용률 문제 반복되자...국내 최대 패션플랫폼 무신사 전수조사 돌입

이랜드 후아유 이어 이마트 트레이더스, 스투시 가품 의혹 겹쳐
혼용율 꼼수로 인한 매출 하락, 브랜드 인지도 추락 등 악순환 우려

▲패션 스토어 직원이 덕다운 패딩 제품을 돋보기로 살펴보는 이미지. (이미지=오픈AI 달리)
▲패션 스토어 직원이 덕다운 패딩 제품을 돋보기로 살펴보는 이미지. (이미지=오픈AI 달리)

해외에서 날개를 펼칠 준비를 하는 K패션이 국내에서 신뢰 위기에 봉착했다. 패딩 충전재 혼용률을 속여 판매하는 사례가 여러 건 적발된 것.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과 굴지의 패션 대기업에서도 소비자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상황이 나타나며 K패션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 하락이 우려된다.

2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겨울철 수요가 높은 제품인 덕 다운(오리털) 패딩 원재료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패션기업과 플랫폼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속속 세우고 있다.

패딩 충전재 혼용률 허위 기재 의혹이 제기된 건 지난해 12월 8일이다. 한 패션 유튜브에서 브랜드 ‘라퍼지스토어’의 덕 다운 패딩 충전재가 의심스럽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 유튜브는 덕 다운 패딩치고 매우 저렴한 가격에 의구심을 갖고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에 시험을 의뢰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다운’ 표기를 하려면 제품의 솜털 비율이 75%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검사 결과, 솜털과 깃털이 거의 없어 시험 자체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같은달 16일 이 패딩을 판매하는 무신사는 고객 제보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입점 브랜드 중 상품 정보 고시 미준수 등 허위광고 위반행위가 다수 발생했다고 밝혔다. 소명 자료 제출 요구와 함께 덕 다운과 캐시미어 제품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페플, 인템포무드 등의 제품도 실제 패딩 충전재 혼용률이 다르다는 점이 속속 드러났다.

이랜드월드의 브랜드 ‘후아유’의 구스 다운(거위 털) 패딩도 문제가 됐다. 제품을 산 고객이 제품 택에 폴리에스터 100%로 기재돼있다고 문의하자, 후아유에서 검사에 나섰다. 후아유는 해당 제품은 인쇄 실수로 스티커로 수정한 것이지만, 재검사 결과 충전재가 거위털 30%, 오리털 80%로 결과가 나왔다고 답변했다. 판매 시 제품 정보에는 거위털 80%, 오리털 20%로 기재됐었다. 이랜드 측은 “해외 현지 파트너사의 품질 보증만을 신뢰하고 자체적인 검증 절차를 소홀히 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며 사과 후 판매 중단 및 전량 회수 등을 진행하고 있다.

‘가짜 다운 패딩’ 이전에는 ‘가짜 캐시미어 머플러’가 있었다. 2023년 11월 무신사 등에서 판매된 ‘247 서울’ 브랜드의 ‘캐시미어 머플러’ 제품이 KATRI 성분 시험 결과, 폴리에스터 70.4%, 레이온 29.6%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품 정보에는 캐시미어 30%, 울 10%, 레이온 60% 등으로 기재돼 있었다.

가짜 캐시미어 이후 가짜 다운 패딩까지 적발되자 소비자 사이에서는 국내 브랜드의 가성비(가격대비성능) 제품에 대해 불신이 확산하고 있다. 문제가 된 패딩과 캐시미어 등은 대부분 프리미엄 소재를 사용했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여 입소문을 탄 제품들이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은 오르는데 경기 불황으로 옷이 잘 안 팔려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형 오프라인 채널에서 유명 브랜드의 짝퉁 논란까지 일었다. 한 유튜브에서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판매 중인 스투시 맨투맨을 구매하면서, 정가 대비 저렴하다는 이유로 한국명품감정원과 크림에 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로고 마감과 메인 라벨 등에서 가품 판정을 받았다. 이에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는 선제적인 환불을 진행하며 “협력업체 행사 상품에 대해서도 품질 관리와 검수 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짝퉁이나 혼용률 등 의혹이 제기된 건 주로 온라인에서였다. 패션 플랫폼이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직접 보고 살 수 있어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국내 대표 유통기업의 오프라인 점포에서도 가품 유통 논란이 번지며 패션업계 전반적인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매출 하락으로 원가를 점가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면, 적발된 후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돼 매출이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 구조가 된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제조사에서는 양심적으로 제품을 생산, 검수해야 하고, 판매처에서는 입점 기준을 강화하고 블라인드 테스트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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