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관세 폭탄 터지는데…‘52시간’ 논쟁 언제까지

입력 2025-02-0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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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민주당 토론회에서 반도체 특별법 도입과 관련해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 하니 할 말이 없더라”라고 말했다.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이 노사 서면 합의로 주 52시간 상한제를 초과하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고액 연봉 전문직의 근로시간을 우리처럼 강제하는 주요국은 없다.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을 대부분 허용하고 있다.

이 대표 발언을 두고 노동계가 반대하는 반도체 특별법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최근 조기 대선을 의식해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하는 터여서, 당 정책 기조를 전환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애초 민주당은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에 반대해 왔다.

이날 발언이 실제 기조 전환을 위한 포석이라면 여간 반갑지 않다. 다만 행동을 서둘러야 한다. 입법권력을 장악한 거대 야당의 대표가 중도층 구미에 맞는 립서비스나 하면서 시간 낭비를 해도 무방한 경제 상황이 아니다. ‘수출 한국’의 자존심을 지키던 삼성전자 등의 ‘초격차’는 이미 증발한 지 오래다. 이대로 가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점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글로벌 기업들이 그나마 우위를 보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개발은 몇 달만 뒤처져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해외 경쟁 기업들은 밤낮없이 연구와 개발에 몰두하는데 우리 기업·연구소는 경직적인 주 52시간제에 묶여 저녁 무렵이면 불 끄기에 바쁘다. 망국적인 풍조가 아닐 수 없다. 그런 현상을 정치권이 부채질하는 감이 없지 않으니 더욱 개탄스럽다.

세상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부터 강 건너 불구경 감이 아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와 철강 등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중국·멕시코·베트남·독일·아일랜드·대만·일본에 이은 8위다.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별 대우를 기대하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

신생 스타트업 딥시크를 앞세운 중국의 인공지능(AI) 도전도 큰 변수다. 미국의 ‘AI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 경쟁국들과 경쟁기업들도 전속력으로 내달린다. 반면 우리는 수개월째 수출의 20%를 책임지는 반도체 산업에서 1주일에 몇 시간 더 일하고, 안 하고를 놓고 ‘쳇바퀴’만 돌리고 있다. 이래도 되는 건가.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 국회증언감정법 등 기업 경영을 옥죄는 법안들도 밀어붙이고 있다. 반기업 정서에 편승해 기업의 손발을 묶는 것은 자폐적이고, 자멸적이다. ‘할 말이 없더라’는 언급이 진심이라면 규제의 사슬 혁파에 앞장서야 한다. 반도체 특별법도, 전력망확충특별법도 촌각을 다툰다. 이토록 급한 판국에 ‘52시간’ 논쟁을 언제까지 할 참인가. 말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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