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글로벌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위원은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관세 전쟁이 속도전으로 가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둔 만큼 자신감으로 스피드하게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관세 부과를 선언했으나, 멕시코 대통령과의 통화 후 한 달간 유예를 결정했다. 캐나다 역시 동일한 유예 조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여 선임위원은 "소위 미치광이 협상 전략"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며 상대방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협상이 쉬운 캐나다와 멕시코 등 이웃 국가들을 상대로 쇼하면서, 서서히 중국으로 옮겨갈 것 같다"며 "선거 기간에는 중국 제품에 60% 관세 부과하겠다고 협박했으나 실제로는 10%로 시작하며 단계적으로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 국가들, 특히 독일과 프랑스를 향해서도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여 위원은 "트럼프의 공격 대상으로 EU도 높은 우선순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여 위원은 한국 관세 부과 대상 시기에 대해서는 "트럼프 1기 때 한국이 첫 번째 표적이었지만, 이번에는 다른 국가들이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며 "한국이 직접적인 표적이 되기보다는 일반 관세 부과나 특정 품목(반도체·바이오 등)에 대한 업종별 관세로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연설에서 "모든 기존 FTA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여 위원은 "한미 FTA 재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지만, 2018년 개정 협상 이후 현재는 대부분의 공산품이 무관세 상태이기 때문에 당시처럼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자상거래 등 일부 분야에서 규정 업데이트가 필요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여 선임위원은 "결국 협상력은 국내에서 나온다"며 "좋은 협상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 국내 정치력과 정치 환경이 안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