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했다.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국가 신용도 하락이 우려됐지만, 등급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7%로 하향 조정했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AA-,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피치는 이번 결정에 대해 "견고한 대외건전성, 안정적인 거시경제 성과 및 수출 부문의 역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피치는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앞으로 수 개월간 지속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경제와 국가 시스템에는 실질적인 영향이 미치지 못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정치적 교착상태가 장기간 지속할 경우에는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 성과, 재정 건전성 등이 악화할 수도 있다고 봤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애초 2.0%에서 0.3%포인트(p) 낮춘 1.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 위축, 미국 신정부 보편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내년부터는 소비 및 설비·건설 투자의 개선에 힘입어 성장률이 2.1%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정의 경우 지속적인 재정수입 회복 및 지출 통제 노력에 따라 지난해(GDP 대비 -1.7%)보다 올해는 재정수지가 개선(-1.0%)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올해 정치 상황에 따라 향후 재정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고령화 지출 등으로 정부부채가 지속해서 늘어날 경우 신용등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치는 한국의 가계부채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고금리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관련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PF 리스크 역시 정부의 선제적인 정책대응과 구조조정 노력에 힘입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올해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높은 수준(GDP 대비 4.5%)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와 GDP 대비 23%(피치 자체추정)에 달하는 순 대외자산이 한국의 견고한 대외건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 피치의 평가다. 최근 강달러 현상 등으로 원화 약세가 나타났지만, 정부의 강력한 정책 대응에 힘입어 자본 유출 리스크가 완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대북 리스크와 관련해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대남 적대 발언 등이 지속하면서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 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북러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북한의 국제적 고립이 완화되면서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평가했다.
기재부는 "이번 피치 발표를 통해 한국 경제에 대한 피치의 흔들림 없는 신뢰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12월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이번 결과가 발표되면서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불안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는 이달 11~14일 홍콩과 싱가포르를 방문해 피치, 무디스, 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한국 신용등급 담당자들을 만나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