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인물] 박종철 라이나생명 차장 "여럿이 짠 보험사기판, 깨뜨릴 한 명을 찾습니다"

입력 2025-02-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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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2-13 18:39)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강력범 쫓던 수사관 출신 베테랑
보험범죄 적발 업계 1위 이룰 것

▲박종철 라이나생명 SIU팀 차장이 5일 서울 종로구 라이생명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박종철 라이나생명 SIU팀 차장이 5일 서울 종로구 라이생명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연간 보험사기 규모가 8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사기 알선 혐의로 넘긴 용의자만 400명이다. 치밀한 시나리오를 꾸며내 보험금을 속여 뺏고,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를 올리는 보험사기단은 지금도 활개를 치고 있다.

보험사는 고객으로 가장해 숨어들어 시장을 병들게 하는 사기꾼을 잡아내기 위해 특별조사팀(SIU, Special Investigation Unit)을 운영한다. 14년간 강력 범죄자의 흔적을 쫓으며 시민의 안전을 지켜온 형사 출신 '베테랑' 박종철 라이나생명 SIU 차장을 만났다. 10년 넘게 보험사기 수사의 최전선에서 활약 중인 그는 "보험사기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범죄"라며 "한 명만 제대로 잡아내면 공모한 이들의 판은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뇌·심혈관 대리 진단 보험 사기 적발…최우수 사례 선정

박 차장은 보험업계 최초로 뇌·심혈관 질환 진단금을 노린 보험사기를 적발했다. 최근 3년간 특정 병원에서 뇌·심혈관 관련 보험금 지급이 급증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단기간 내 다수 보험에 가입한 후 진단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나 팔이나 다리처럼 드러나는 부위가 아닌 혈관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보험사기 사실을 증명해내기까지 험난했다. 그는 설계사 공모 관계를 밝히기 위해 가짜 환자를 잠입 시키는 등 증거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진단 전후의 치료 내역과 의료 영상자료를 입수할 수 있었고 정밀히 조사해 대규모 보험사기 조직을 적발해 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다.

조사결과 타인의 영상자료를 제출해 5개월 만에 17개 보험사에서 6억1000만 원의 보험금을 편취한 사례도 있었다. 대뇌동맥류를 앓는 설계사가 다수의 계약자를 대신해 영상검사를 받는 방식으로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은 2024 보험사기방지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박 차장 사례에 최우수상을 수여했다. 금감원은 영상검사와 영상자료의 허점을 발견하고 개인 식별 프로세스의 개선 필요성까지 제시한 점이 탁월했다고 평가했다.

▲박종철 라이나생명 SIU팀 차장이 5일 서울 종로구 라이생명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박종철 라이나생명 SIU팀 차장이 5일 서울 종로구 라이생명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한 명만 알면 된다" 보험사기 신고 절실

박 차장은 과거 부산진경찰서 강력팀에서 살인, 강도, 마약 사건을 수백 건 수사하며 범죄 심리를 꿰뚫는 법을 배웠다. 그는 보험사기 조사에서도 대상자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거액의 보험사기는 보통 여러 명이 짜고 친다. 의료진, 설계사, 피보험자가 서로 역할을 나눠 허위 사고를 조작한다. 특정 병원과 결탁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고 짧은 기간 동안 고액의 보험금을 타내는 방식이다.

박 차장은 "보험사기에서 여러 명이 공모하는 경우 분석해야 할 대상자와 수사기관 및 검찰, 법원에 제출해야 할 증거서류의 증가 등 해야 할 일이 많이 늘어난다"면서도 "내부고발자 한 명만 제대로 확보하면 나머지 공범들도 덩달아 무너진다"고 설명했다.

한 명만 보험사나 수사기관에 자백하거나 관련 증거를 제출하는 경우 다른 공범자들이 자신들의 범행을 부인한다 하더라도 보험사기방지특볍법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잡기 힘든 보험사기…모든 보험사가 나서야"

박 차장의 기억에 가장 많이 남은 보험사기는 '동백섬 살인사건'이다.

2013년 부산 해운대 동백섬에서 발생한 익사 사고는 처음엔 단순 변사로 종결될 뻔했다. 그러나 박 차장의 끈질긴 의심과 7일간의 잠복 수사가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면서, 사건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았다.

사고 당시 남편은 운전면허가 없는 아내 명의로 주말 교통사고 사망보험 5건, 총 14억 원을 집중적으로 가입한 상태였다. 이후 후배와 공모해 차량을 바다에 빠뜨려 아내를 숨지게 했고 이를 단순 교통사고로 위장했다. 하지만 보험청구 과정에서 수상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박 차장은 "청약 당시 보험사와 아내가 나눈 해피콜의 녹취를 분석해 남편이 주도적으로 가입을 강요하는 음성, 아내가 마지못해 동조하는 듯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차량 진입이 금지된 동백섬에서 바리케이드를 무리하게 열고 차량을 몰고 들어간 점도 수상했다"며 "사망보험금을 청구한 남편을 밀착 감시해, 잠복 끝에 남편이 젊은 여성과 다정하게 팔짱을 낀 채 마트를 오가는 장면을 캠코더에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박 차장은 해당 영상을 해양경찰에 결정적 증거로 제출했고, 사건은 보험금을 노린 계획 살인으로 재수사됐다. 결국 남편과 공모자는 기소됐다. 법원은 남편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바다에서 발생한 변사사건에 대한 보험가입 여부 확인이 의무화됐다. 보험사기 단속 역사에 일획을 긋는 순간이었다.

박 차장은 이처럼 증거 수집이 어렵고 여러 보험사가 얽혀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보험사기 단속에 업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의 규모에 따라 보험사기 적발에 적극적인 것은 주로 대형사"라며 "나머지는 손을 댈 여력이 없다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모든 보험사가 함께 나서야 근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사 전문성이 있는 직원을 배양하고, 보험사기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보험업계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박종철 라이나생명 SIU팀 차장이 5일 서울 종로구 라이생명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박종철 라이나생명 SIU팀 차장이 5일 서울 종로구 라이생명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고도화되는 접근법…데이터와 영상자료 분석해 잡는다

라이나생명은 다양한 데이터 분석 기법을 통해 보험사기 위험을 사전에 탐지하고 있다. 통계적 분석을 활용해 위험 요인을 모델링하고, 시간 및 지역별 분석으로 이상 징후를 포착한다. 박 차장은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병원별 위험 요소를 분석하고, 대리점이나 설계사의 위험 요소를 따로 점검하는 방식도 사용된다"고 밝혔다.

특히 사기 탐지 시스템(FDS, Fraud Detection System)과 한국신용정보원의 보험신용정보통합조회시스템(ICIS)을 통해 계약과 보험금 지급 이력을 분석하고 개인별 보험사기 위험을 추적한다.

최근에는 자기공명영상(MRI) 영상 분석 기술을 도입해 특정 영상이 동일 인물의 것인지 확인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에 촬영된 MRI 영상에서 뇌 용량과 뼈 구조를 분석해 영상 바꿔치기나 대리 진단 가능성 유무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박 차장은 이러한 기술들과 본인만의 노하우를 통해 앞으로 라이나생명을 보험범죄 적발 분야에서 업계 1위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똑똑한 소비자가 아닌 국민의 돈 갉아먹는 범죄자

보험사기는 누구나 쉽게 가담할 수 있는 범죄다. 보험료만 내면 큰 비용 없이 얻는 이익은 수십 배, 수백 배에 달한다. 박 차장은 "사기 수법도 단순하고, 장기간 가짜 환자로 입원하거나 자신의 질병을 과대 포장하는 등 다른 범죄보다 훨씬 쉽게 이뤄진다"며 "무엇보다 자동차사고 환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식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이들은 대부분 무직자이며 이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 죄의식 없이, '대기업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받는 것'이라고 여긴다"면서 "보험사기는 단순한 편법이 아니라 사회적 피해를 초래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박 차장은 "사기 한 건이 성공할수록 결국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올라간다"며 "보험사기는 개별 보험사가 아니라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보는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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