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보다 높게 나왔지만 13일 국내 채권시장은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CPI 결과에 따라 채권 금리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지만,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2주도 채 남지 않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 작용했다.
전날(현지시각)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4.62%까지 치솟은 끝에 4.614%에 마감했다. 미 국채 금리 상승 요인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무줄 관세 정책'이 먼저 꼽힌다. 이로 인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상반기 중 한 차례도 없을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월 CPI 발표 직전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상반기 중 금리 동결 가능성을 50.3%로 봤지만, 결과가 나온 뒤 67.2%로 급등했다. 최소한 올해 상반기 내내 미 연준의 금리 동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글로벌 시장 벤치마크로 통하는 미국채 10년물의 급등은 한국 기준금리와 무관하지 않다.
해외 금리 급등에도 한국 채권시장은 나홀로 별다른 동요 없이 안정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 매니저는 "미 국채 금리가 간만에 4.6%를 뚫어준 분위기에서 '오늘 장이 약할 것'으로 우려했는데 생각보다 매우 강하다"고 했다.
실제 한국 국채 3년물과 10년물은 각각 2.631%, 2.872%에 거래를 마쳤다. 국채 금리는 지난해 12월부터 2.7%와 2.9%를 넘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지만, 모두 아래에서 머물고 있다. 해당 채권 매니저는 "금리 레벨을 보고 들어오는 저가 매수세가 많아 보인다. 3년물 기준으로 2.7% 정도는 여전히 싼 가격이어어서 아직 더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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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오는 2월 금통위에서 0.25%p(포인트) 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의 금리 인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은행 금통위가 최소 3회 이상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경제 펀더멘털이 견고한 미국과는 다르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금리 안정세는 2월 금통위 이후에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장 참가자들의 평가다. 국내 금리는 최근 타 국가보다 변동 폭이 작았기 때문에 금리 인하 이후 한꺼번에 누적된 변동이 반영되면서 금리가 급격하게 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르면 2분기로 예정된 추가경정예산(추경)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도 향후 금리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 미국이 수입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무리한 관세정책을 펼치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한 대형증권사 채권운용역은 "2월 금통위까지 영업일 기준으로는 5영업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 금리와 달리 장기 금리는 실제로 2.9%에서 내려가지 않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