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도 관세”…트럼프, WTO 패러다임 흔들다

입력 2025-02-1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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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백악관 집무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옆에 서 있는 가운데 상호관세에 관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한 후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관세는 좋다, 사실 관세는 훌륭하다"고 말했다. 워싱턴D.C.(미국)/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백악관 집무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옆에 서 있는 가운데 상호관세에 관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한 후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관세는 좋다, 사실 관세는 훌륭하다"고 말했다. 워싱턴D.C.(미국)/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를 공식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체적인 부과 대상이나 관세율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다른 국가들의 관세를 동일하게 조정하겠다고 나서면서 수십 년간 이어진 세계무역기구(WTO) 무역 규범을 위협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와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를 동일하게 끌어올리는 ‘상호관세’를 도입 결정이 담긴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그러면서 상무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 등 관계부처에 동등한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검토할 요인을 조사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이 문제에 대한 행정부 차원의 연구는 4월 1일까지 마무리될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4월 2일부터 (상호 관세 부과를) 시작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협상 여지 남겼다”...시장은 ‘반색’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무역에 관해 공정성을 위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면서 “즉 어떤 나라가 미국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도 그들에게 더 많이도, 더 적게도 아니게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호관세를 피하고 싶다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거나 철폐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협상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했다. 이 영향으로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상호관세의 주된 목적은 무역상대국과의 관세 부담을 대등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부과하는 수입차 관세는 2.5%지만 유럽연합(EU)은 10%다. 트럼프는 이러한 세율 차이나 규제를 ‘불공평’한 것으로 보고,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 취재진에게 말을 하고 있다. 워싱턴D.C.(미국)/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 취재진에게 말을 하고 있다. 워싱턴D.C.(미국)/로이터연합뉴스

“부가세도 관세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에 제시하는 상호관세의 특징은 각국의 부가가치세(VAT·소비세)까지 계산해 세율을 비교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부가가치세도 관세로 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트럼프가 부가가치세가 높은 EU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부가세를 부과하는 일본과 한국 등도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EU로 수출되는 자동차의 경우 EU 회원국이 부과하는 부가세의 기본세율은 평균 20%가 넘는다. 이를 미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산 제품에는 10% 관세와 20% 이상의 부가세를 합해 총 30% 이상의 세율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판매되는 유럽 상품은 본국에서 부가세를 환급받고 낮은 미국 판매세만 내면 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럽 자동차 기업들은 유럽 역내보다 미국 본토에서 더 저렴하게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는 “이러한 구조는 수출 보조금과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의 에리카 요크 연방 정책 담당 부사장은 “부가세는 미국에서 생산되든, EU에서 생산되든 유럽 소비자가 구매하는 모든 상품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면서 “간단히 말해서 부가세는 유럽 기업에 아무런 이점을 주지도 않고 미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지도 않는다. 무역에 관해서는 중립적”이라고 꼬집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앞에 WTO 로고가 보인다. 제네바(스위스)/신화뉴시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앞에 WTO 로고가 보인다. 제네바(스위스)/신화뉴시스

“트럼프, 상호관세로 WTO의 최혜국 패러다임 흔들 것”

여기에 비관세 장벽에 대한 실태조사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사전 브리핑에서 이번 상호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 상대국의 관세뿐만 아니라 비(非)금전적 또는 비관세 장벽이라고 부르는 것에도 “레이저빔처럼” 집중하고 있다면서 상호관세를 국가별로 맞춤형으로 책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수십 년간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기구 협상을 통해 관세 설정해왔던 관세 수준을 앞으로는 자체 기준에 따라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 법무법인 와일리 레인의 티모시 브라이트빌은 상호주의 관세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1947년 지금의 다자간 무역시스템이 만들어진 이래 75년 만에 가장 큰 미국의 무역 정책 변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가 완료되면 수많은 국가에 관세가 인상되고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세계무역기구(WTO)의 국제 무역 규범이 깨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채드 마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두 가지 측면에서 WTO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국가마다 다른 관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서로 차별하지 않기로 한 WTO 회원국 간 규정을 어기는 것이고, 미국이 다른 회원국과 협상했던 최대 관세율 이상으로 관세를 높이는 것 역시 무역 규칙 위반이라는 것이다.

무역전문가들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이상 동등한 관세와 대우를 보장해야 한다는 WTO의 최혜국 패러다임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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