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비용·高성능 기술 성장성에
중국M7 수익률지수 올해 35%↑
생산성·경제성장률 개선 기대
대미수출 의존도 하락 속 성과
美정부 협상 유리한 환경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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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인공지능(AI) 딥시크가 오랫동안 부진했던 중화권 증시의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딥시크 출현으로 중국 기술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중국 M7(매그니피센트 7) 주가가 질주하자 '중학개미(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중국 증시로 몰리고 있다. 딥시크 확대로 중국 청년 실업률이 개선되면 경제성장률에도 햇볕이 들면서 올해 미국보다 중국 증시가 더 유망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메리츠 증권에 따르면 중국 M7기업(텐센트·알리바바·샤오미·비야디·메이퇀·SMIC·레노보)의 수익률 지수는 207.6로 연초 154.2보다 약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항셍테크(26.8%)는 물론이고 미국 M7(3.6%) 상승률을 큰 폭 앞지르고 있다. 수익률 지수는 2023년 1월 1일 지수를 100으로 놓고 지수화한 것으로 숫자가 커질수록 주가 상승률이 높다는 의미다.
이는 ‘AI시장의 메기’로 꼽히는 딥시크의 출현이 중국 기술주 기대감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AI보다 개발비용은 훨씬 적으면서 비슷한 성능을 보이는 가성비 기술이 중국 M7의 상승 여력을 크게 전망한 것이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산업의 효율이 높아지면서 장기적으로 AI 인프라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중국 경기 부양책 기대감도 끌어올리고 있다. 신생 산업인 AI가 확대하면서 기존 산업의 생산성이 빠르게 향상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일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공산당은 청년 실업률을 경제 성장률만큼 중요하게 관리한다. 최근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가 17%를 넘긴 청년 실업률과 무관하지 않은 상황에서 AI 청년 일자리 확대는 중국 경제성장률 개선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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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 혁신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향후 수년간 미국이 관세, 기술,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AI 산업에 의한 생산성 향상은 중국의 자립도를 키울 수 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점차 낮아지는 상황에서 딥시크의 성공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 속에서도 이루어진 성과”라며 “이는 앞으로 중국 정부에게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국의 이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증시 과열에 대한 신중론도 중국 주가 상승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급락 등으로 바닥에 머무르던 중화권 증시가 바닥을 다졌다는 판단도 나온다. 홍콩 H지수의 이달 14일 12개월 예상 주가순이익배수(PER)는 7.0배로 2022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중국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메리츠증권이 전망한 중국 M7의 올해 예상 매출액,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14.2%, 19.0%로 미국 M7의 10.1%, 17.2%를 모두 따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 M7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대폭 감소한 영향이다. 중국 M7 영업이익 증가율은 지난해 21.2%에서 올해 19.0%로 소폭 줄지만, 미국 M7은 같은기간 35.1%에서 17.2%로 반토막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순이익은 미국(18.1%)이 중국(14.8%)을 여전히 앞설 것으로 보인다. 최 연구원은 “미국 기업의 절대 이익규모가 중국 기업보다 크지만, 중국기업의 빠른 AI 응용 확산으로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축소해가는 과정들이 중국 M7의 중장기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국 증시에 조정이 올 때마다 중국 M7에 대해 비중 확대로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
중학개미들은 중국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자 빠르게 자금을 들이붓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091만 달러), 지난달(-1629만 달러)까지만 해도 순매도 우위를 보이던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14일까지 중국·홍콩 주식을 1383만5195달러 순매수했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약 15개월 만의 순매수 전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