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오픈소스, IT업계에 화두…우리도 할 수 있다"

“딥시크는 역량 있는 소프트웨어(SW) 개발자가 많은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대비를 보여줬다. 인공지능(AI) 모델 최적화를 하고 실제 물건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SW 개발자가 필요하며, 우리 개발자들이 딥시크 교훈을 보며 자기 기여 가치의 가능성을 재발견하고 정진하면 좋겠다.”
김형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소장은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SPRi는 SW 산업 발전과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전문 연구기관이다. 미ㆍ중 기술 패권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면서 SW 정책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김형철 소장과 트럼프 2.0 시대의 AI 기술 패권 경쟁 양상과 한국의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형철 소장은 "미ㆍ중 패권 경쟁의 양상은 점점 더 깊어지고 빨라지는 것 같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전반기 2년 이내에 '미국 우선주의'(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도 자강 정책을 추진하고 유학 간 기술 인재를 좋은 조건으로 다시 불러들이며 입체적인 정책 양상을 띠고 있다"면서 "딥시크 서비스 발표와 오픈소스를 푸는 방식도 정부와 조율해서 이뤄진 거로 보이며, 미국에 대한 견제구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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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는 최근 개인정보 과다 수집 등에 대한 우려로 국내에서 신규 다운로드가 중단됐다. 이용 자체를 차단하는 정부부처·공공기관·기업도 늘고 있다. 이와 관련, 김형철 소장은 딥시크를 '서비스'와 '오픈소스'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짚었다.
김 소장은 "서비스 측면에서는 어떤 데이터를 중국 내 특정 서버로 전송하게 되어 있는지 등을 알 수 없다. 오픈소스의 소스코드를 들여다봐도 학습된 파라미터(매개변수)에 녹여져 들어가 있는 세계관도 알 수 없고, CBRN(화학·생물·방사능·핵) 같은 위험 정보를 생성할 가능성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딥시크가 IT 산업에 던진 화두는 오픈소스로, 이 성능과 효율성이 중요하다"면서 "딥시크가 내놓은 SW 최적화 기술은 공학·IT·SW 측면에서 굉장히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전세계가 최근 2년 동안 AI 모델을 만드는 데 파라미터 튜닝에만 눈이 쏠려 있었는데, 딥시크가 여기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부연했다.
파라미터는 컴퓨터가 인공지능(AI) 모델을 학습할 때 사용하는 값이다. 딥시크 R1은 6710억 개의 파라미터를 사용하며, 챗 GPT-4o의 경우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약 5000억 개 내외로 추정된다.

김 소장은 "딥시크 팀은 엔디비아의 '쿠다'(CUDA)를 우회해 칩(GPU)으로 바로 가는 땅굴을 여기저기 파면서 최적화를 했다"며 "기술적으로 종속되지 않을 수 있는 통로, 탈출구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쿠다는 AI 연산에 특화된 프로그래밍 플랫폼이다. 고성능 컴퓨팅과 대규모 병렬 연산을 처리하도록 지원한다. 엔비디아는 쿠다를 통해 AI 개발자들을 자사 생태계에 묶어둘 수 있었다. 김형철 소장은 딥시크가 쿠다 생태계를 벗어나 이러한 탈출구를 보여줬다는 관점에서 '우리 IT스타트업도 할 수 있다'라는 긍정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딥시크가 중소기업이라서 (단순하게 규모로 비교해) 우리나라 중소기업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딥시크가 보여준 기술적 역량을 우리 중소기업이 갖췄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우리 중소기업도 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반면 딥시크가 "사업적으로는 오히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더 종속되는 길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제시했다. 딥시크가 GPU 최적화를 위해 쿠다를 우회해서 0과 1의 형태와 거의 비슷한 '어셈블리 언어'(Assembly Language) 수준의 깊이까지 직접 SW 작업을 했기 때문에 엔비디아 GPU 말고는 통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어셈블리 레벨까지 들어갔다는 건 이제 엔비디아 GPU 아니고는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 수단으로 효율화·최적화를 했기 때문에 엔비디아에 종속이 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 중소기업은 딥시크가 보여준 여러 최적화 방법을 교훈삼아 추진한다면, 다양한 칩 환경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KT-MS, 카카오-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 김 소장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에 대해 "사업적으로 실익이 있는 효율적인 전략"이라면서도 국가적으로는 "다변화된 생태계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소장은 "모두가 다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할 수도 없고, 개발할 필요도 없다. 전부 다 땅 파고 있으면 소는 누가 키우냐"고 물었다. 그는 "다만, 트럼프2.0 이후 혹은 트럼프보다 더 강하게 자국주의를 내세우는 누군가 나타나 물 줄기(LLM)를 끊으면 대책 없는 일이 생긴다"면서 "최근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을 보면 이 가설이 허황되지 않다. 부족하더라도 우리가 자체 AI 모델을 갖는 다변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인재 양성과 유치 전략은 두 부류로 나눠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김 소장은 "산소통을 메고 심해로 들어갈 사람(코어 개발자)과 바다 중간에서 수영할 사람(서비스 개발자)로 나눠서 양성해야 하는데,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심해에 들어가는 친구들은 기회만 되면 해외로 나간다"고 우려했다.
김 소장은 "당장 쓸 컴퓨팅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인재들이 한국에 머물 수 있을 만한 연봉·기업 문화 등 당근 정책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면서 "실제로 한 IT 스타트업 대표는 인재 유치가 어렵다며 연봉 절반만 정부에서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