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사이] 39. 격화되는 美中 ‘AI 패권’ 각축전

입력 2025-02-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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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경쟁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AI
美 기술통제·中 자립 가속화 ‘역설’

최근 ‘인공지능(AI)의 진주만 기습’, ‘AI의 스푸트니크 모멘트(Sputnik Moment)’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저비용 고성능 생성형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과 충격을 비유한 표현이다. 1941년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기지 공습이 미국의 2차 세계대전 참전 계기가 됐고, 1957년 소련의 세계 최초 인공인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가 미국에 충격을 준 것처럼 딥시크의 출현은 미국사회 전반에 큰 충격과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에 한참 뒤처졌다고 생각한 중국의 AI 기술경쟁력이 대대적인 기술혁신과 투자를 통해 스푸트니크 순간이 빨리 다가왔으니 그럴 만하다.

딥시크 충격은 트럼프 1기부터 시작된 대중국 기술과 기업제재에 따른 예견되었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2017년 7월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 중국 AI 산업규모를 10조 위안(약 2000조 원)으로 확대하는 세계 AI혁신 리딩국가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중국제조 2025’가 미중 전략경쟁의 단초가 되었다면, 중국의 AI 리더십을 강조한 ‘차세대 AI 발전계획’은 미중 간 AI 패권경쟁의 서막이었다. AI는 단순히 휴대폰·스마트가전을 넘어 자율주행차·휴머노이드 로봇·군사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만큼 미중 패권경쟁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밖에 없다.

中, AI 특허출원 압도적 1위

2019년 12월 트럼프 1기 시절 글로벌 AI 주도권 장악을 위해 ‘미국 AI 이니셔티브’를 발표했고,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중국 AI 기술통제와 기업규제를 본격화했다. 이러한 미국의 대중국 AI 기술 제재는 중국 AI 산업과 기술자립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국가 AI안보위원회 의장을 맡았던 구글 창업자 에릭 슈미트는 ‘중국은 AI 분야에서 미국의 전방위적 경쟁자로 AI 기술 관련 논문, 특허 및 제품 등 주요 핵심지표에서 중국의 실력이 증명되었다. 미국 자체 AI 생태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향후 AI 분야에서 중국에 우위를 내줄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관련 데이터를 보면 트럼프 1기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AI 기술과 산업화 속도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자료를 보면, 2014~2023년 10년간 전 세계에서 생성형 AI 특허 출원 건수가 총 5만4000여 건으로 그 중 70%에 해당하는 3만8210건을 중국이 출원했다. 2위인 미국(6276건)보다 6배 이상 많은데 2022~2023년 2년간 출원된 특허수가 전체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다. 기업별 생성형 AI 특허 출원 수를 보더라도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중국기업이고, 상위 20개 기업 중 미국(4개), 일본(2개), 한국(1개)보다 많은 13개 기업이 중국기업이다.

한편,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발표한 ‘국가별 첨단기술 연구경쟁력 순위’ 보고서에 의하면, 2003~2023년 전 세계에 발표된 AI와 양자컴퓨터·우주항공·드론 등 64개 첨단기술 관련 논문 인용수를 기술경쟁력 지표로 조사한 결과,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된 2019년부터 중국이 압도적으로 양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03~2007년 5년간 조사에서 미국이 64개 기술 중 90% 이상인 60개 기술에서 중국(3개)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앞서갔다. 그러나, 2019~2023년 최근 5년간 순위에서는 64개 기술 중 약 90%인 57개 첨단기술에서 중국이 미국(7개)을 제치고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자료에 의하면, 2024년 기준 중국 내 스마트 로봇 관련 기업 수가 약 45만2000개로 대부분 최근 3~4년 사이 생겨난 스타트업이다. ‘생성형 AI 응용발전보고서’(2024년)에 의하면 2024년 기준 사업 범위에 AI가 들어간 기업만 400만 개가 넘으며, 중국 AI 생태계에 참여하는 전문 AI 기업만 4500개가 넘는다. 중국 내 AI 관련 학과도 미중 전략경쟁이 시작되던 2018년 처음 개설된 이래 2024년까지 7년 동안 전국 532개 대학에 AI 관련 학과가 개설됐다. 나아가 아예 AI 단과대학을 만든 대학도 60개에 이른다.

▲도널드 트럼프(왼쪽부터)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백악관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미 전역에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부터)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백악관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미 전역에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5000억 달러(약 720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부지원·혁신 통해 딥시크 탄생

중국의 AI 기술 관련 양적성장이 막대한 시장 데이터와 합쳐지면서 AI 응용과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 딥시크는 이러한 중국 AI 산업 생태계 속에서 생겨났고, 정부지원과 개방혁 혁신속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딥시크는 2023년 5월 설립 이후 2024년 12월 거대언어모델(LLM) 딥시크 V3를 출시했고, 1월 20일 추론 모델인 딥시크 R1을 공개하면서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 2기 취임식이 있는 날이었다. 우연이 아니라 매우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시나리오로 보인다. 20일 당일 리창 총리 주재 기업간담회에 량원펑 딥시크 CEO가 공식 석상에 얼굴이 노출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이다.

스푸트니크 충격으로 당시 미국이 항공우주국(NASA) 창설, 아폴로 프로젝트 추진 등 대대적인 기술개발과 혁신을 시도한 것처럼 딥시크의 충격을 계기로 미국이 AI 산업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는 모양새다. 트럼프 2기 출범과 동시에 미국 주도의 AI생태계 구축을 위한 엄청난 규모의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초기 자금으로 1000억 달러를 투입하고, 향후 트럼프 2기 임기 내 추가로 40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목표다.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시설을 구축하고, 글로벌 AI 기업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글로벌 AI 주권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미중 양보없는 주도권 장악 싸움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1일 미국의 경제·국가안보 유지를 위한 ‘아메리카 AI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I 아메리카 퍼스트(Make America First in AI)’를 강조하며 중국과의 AI 패권경쟁에서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AI를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기술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AI기술 통제와 연구개발(R&D) 확대, 데이터 규제 완화, AI인재 육성 등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 보조가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2기는 중국이 2024년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AI 플러스 행동계획’에 맞서 스타게이트와 아메리카 AI 이니셔티브를 통해 AI 인프라 구축과 법적, 제도적 지원을 통해 실추된 미국의 AI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속내다.

정부가 아닌 기업 중심으로 5천억 달러라는 엄청난 자금조달이 가능할지 알수 없다. 확실한 것은 트럼프 2기 미중간 AI 패권경쟁은 단순히 기술·산업적 접근이 아닌 군사패권으로 전이되면서 더욱 치열하게 충돌할 것이다. 미중간 AI 패권전쟁은 제3국으로 하여금 각자도생하거나 그들에게 종속되는 선택을 강요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이제 미래는 방향이 아니라 속도전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장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지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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