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갤러리아 영업익 68% 급감...무리한 아워홈 인수 우려 시각도
한화비전 자금계획도 주주 반발에 무산...부족한 자금 끌어올 방안 주목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의 아워홈 인수전이 예상보다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워홈 지분 58.62% 매입에 당장 8695억 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이중 70% 가량을 외부에서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이라 난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다 김 부사장이 통솔하는 한화 유통 및 호텔부문 사업도 부진해 아워홈 인수가 이들 부문 실적에 되레 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호텔)를 통해 아워홈 인수를 추진 중이다. 식품·금융투자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인수에서 아워홈의 몸값은 약 1조5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아워홈은 창업주인 고(故) 구자학 명예회장의 4남매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으며 한화호텔은 이 중 구본성(장남·38.56%)·미현(장녀·19.28%) 씨 보유분과 기타 지분을 포함해 58.62%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인수에 나선다. 장남ㆍ장녀와 경영권 분쟁 중인 차녀 구명진 씨와 삼녀 구지은 아워홈 전 부회장은 각각 19.6%, 20.67%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화호텔은 이달 11일 8695억 원을 투입해 아워홈 지분 58.62%를 확보한다고 공시했다. 1차로 총발행 주식의 50.62%를 7508억 원에 취득하고, 2차로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이 소유한 주식 8%를 1187억 원에 추가 취득할 예정이다.
관련 뉴스
한화호텔은 아워홈 인수를 위해 특수목적법인 ‘우리집에프앤비(가칭)’를 설립하고 250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자금 조달에는 지난해 3분기 기준 한화호텔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1294억 원과 외부 차입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6200억 원은 재무적 투자자(FI)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FI로 참여하는 사모펀드 IMM크레딧솔루션은 2500억∼3000억 원을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약 3500억 안팎 대금은 인수금융으로 끌어와야 하는 상황이다. 당초 계열사 한화비전이 인수자금 최대 3000억 원을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는 주주들의 반발로 무산되면서 인수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다른 계열사들도 힘을 보태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김 부사장이 책임지는 핵심 유통사업인 한화갤러리아도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으며 현금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 5383억 원, 영업이익 31억 원을 기록했다고 19일 공시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23.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8.1%나 줄었다. 대법원 판결로 통상임금 기준이 변경돼 일회성 비용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2~3분기 적자를 내며 실적 자체가 부진했던 영향이 크다. 작년 3분기 기준 한화갤러리아의 현금성 자산도 452억 원에 불과하다.
아워홈 인수 주체인 한화호텔도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7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 감소해 고전 중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김 부사장이 유통과 호텔 등 핵심사업 불황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급식업까지 무리하게 손을 뻗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인수 자금의 70%를 외부에서 끌어와야 하는 만큼 채무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주원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워홈 인수자금 소요로 한화호텔의 단기 재무부담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한화호텔의 2024년 9월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과 영업현금창출력(2023년 359억 원)을 감안할 때, 출자금 소요 및 인수 금융으로 단기 재무부담은 상승할 것”이라며 “중장기 사업 및 재무적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