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ㆍ○○아씨 넘쳐나는데…요즘 '무당집', 왜 예약이 힘들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5-02-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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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함수현 씨. (출처=SBS '신들린 연애')
▲무당 함수현 씨. (출처=SBS '신들린 연애')

"12월 예약받고 있습니다."

20일 기자가 가장 빠르게 방문할 수 있는 예약일을 문의하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11월까진 예약이 다 차 있는 거냐"고 물으니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다. 간혹 예약 취소 건이 생긴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곳의 정체는 지인이 '용하다'고 추천한 '점집'입니다.

새해를 맞은 지도 두 달여가 지났지만 운세·사주·관상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년 운세를 알아보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무속인과 역술가들도 바쁜 연말연시를 보냈을 텐데요. 올해 초는 예년보다 문의가 많다는 전언입니다.

신점, 사주를 보러 이동하지 않고 침대 위에서 간편하게 자신의 운세를 알아보는 이들도 있는데요. 생년월일과 이름, 태어난 시간 등 입력한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운세를 정리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고요. 전화 서비스를 도입하는 무속인들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런가 하면 인공지능(AI) 모델마저 "올해는 취업할 수 있을까?" 등 미래에 대한 질문을 받는 요즘이죠.

▲(사진제공=SBS ‘신들린 연애2’)
▲(사진제공=SBS ‘신들린 연애2’)

방송 데뷔→SNS 적극 홍보…무당도 MZ(?)해진다

무속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통계청에 따르면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 사업체 수는 9391개, 종사자는 1만194명으로 집계됐는데요. 2020년 8942개, 9692명에서 각각 5%가량 증가한 규모입니다. 정식 사업체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실제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죠.

대한경신연합회와 한국역술인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두 단체엔 각각 약 30만 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습니다. 2006년 기준 대한경신연합회에 가입한 무당이 약 14만 명, 역술인연합회에 가입한 역술인이 20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역시 크게 늘어났습니다.

무속인, 역술인이 많아지는 이유 중 하나는 명확합니다. 그만큼 수요가 있고, 또 그 수요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무속과 역술이 우리 곁에서 사라진 적은 없습니다. 다만 사회적 불안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때면 그 존재감이 도드라지곤 하죠. 과거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점집과 철학관이 성행한 바 있습니다. 사실상 '불안'에 뿌리를 둔 산업인 셈입니다.

MZ세대(1980년대 초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사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네잎클로버가 유행하고, 집들이 선물로 액막이 명태 인형이 인기를 끌고, 지갑에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행운 부적'을 넣고 다니는 것도 불경기, 취업난 등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젊은 고객의 유입에 무속인들도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개설해 사주 풀이, 관상 분석 등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30초 미만의 짧은 동영상도 올리며 알고리즘을 공략하죠.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예약 문의를 받고, 전화나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앱으로도 운세와 사주를 봐줍니다.

무당들은 브라운관으로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연프(연애 프로그램) 시장에 남다른 도파민을 안긴 SBS '신들린 연애'는 25일 시즌2 첫 회가 방송되죠. 지난 시즌은 타로 심리상담사, 퇴마사, 역술가가 한자리에 모여 화제를 빚었습니다. 국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는 물론 인도네시아 뷰(Viu) 서비스 3주 연속 인기 예능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해외에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방송 초반부터 시즌제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고 종영과 함께 시즌2 제작 소식을 전했습니다.

홍보 효과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시즌1 출연자 무당 함수현의 점집은 두 달 치 예약이 꽉 차 있는 등 방송 전부터 마니아(?)들 사이 잘 알려진 곳이었다는데요. 방송 공개 후엔 며칠 사이 예약 문의 1000여 개가 쏟아져 응대가 어려울 정도였다고 합니다. 함수현 측에 따르면 올해 예약은 이미 꽉 차 있으며, 벌써 내년 예약을 받고 있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자주 찾았던 무속인 '비단아씨' 이선진 씨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자주 찾았던 무속인 '비단아씨' 이선진 씨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뉴스에도 등장한 '법사·아씨'…챗GPT에 미래 묻는 사람들

TV 채널을 돌리다가도, 스마트폰으로 포털 사이트에만 접속해도 '○○법사', '○○보살', '○○아씨' 등 남다른 활동명(?)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요즘입니다. 무속에 관한 관심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절정에 달했는데요. 영화나 드라마, 예능이 아니라 '뉴스'에서 이들의 이름과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이목을 끕니다.

천공부터 건진법사(전성배) 등 역술, 무속 관련 인물들은 최근 2~3년간 꾸준히 잡음을 빚어왔습니다.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 씨는 일각에서 '명 도사', '지리산 도사' 등으로 불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계엄 사태의 핵심 비선으로 알려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경기 안산의 한 점집에서 역술인들과 동업하며 '남자 보살'로 불렸다고 알려졌죠.

이달 초엔 '비단 아씨'로 알려진 무당 이선진 씨가 계엄 관련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해 노 전 정보사령관에 관해 증언하면서 화제를 빚었는데요. 전북 군산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이 씨는 노 전 정보사령관이 자신을 찾아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계엄 관련 군 관계자들의 점과 사주를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이 씨는 "(노 전 사령관이) 처음에는 김용현 장관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가지고 왔다. 그래서 제가 '이분은 보통 군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며 "그때는 (김 전 장관이) 장관이 되기 전인데, (노 전 정보사령관이) '이 사람이 나중에 장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죠.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예능, 각종 SNS, 그리고 뉴스까지 다수 매체·플랫폼에서 무당을 볼 수 있다 보니, 대중의 호기심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사주나 운세, 타로 등을 볼 수 있는 앱 '포스텔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해 12월 기준 62만8208명으로 전년 동기(48만9745명) 대비 약 28% 증가했습니다. 사주 앱 '점신'도 지난해 말 MAU가 96만7363명으로 전년 동기(82만9265명) 대비 16%가량 뛰었죠.

기존 앱에 만족하지 않고, 인공지능(AI) 모델을 학습시켜 더 구체적인 사주 풀이를 시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최근 인스타그램, 스레드 등 SNS에서는 '챗GPT로 사주 보는 법' 제목의 게시물이 높은 조회 수와 저장 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해당 게시물들은 챗GPT로 성격 및 성향뿐 아니라 직업과 재물운, 애정운과 결혼운, 올해 운세 등을 볼 수 있는 '프롬프트'를 담고 있습니다. 기존 사주 앱에서 본인의 생년월일 등 정보를 입력해 만세력을 도출하고, 이를 챗GPT에 학습시킨 후 원하는 질문을 하면 된다는 설명이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통령 어떻게 될까?" 음모론까지…과몰입 금물

그런가 하면 허황된 주장을 펼치는 무속인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계엄을 계기로 정치 유튜버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무당 유튜버'까지 쏟아지는 실정인데요. '윤석열 대통령 사주'를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자극적인 문구와 이미지로 제목, 섬네일을 설정해둔 영상들이 수십만~수백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들 영상에서는 욕설, 막말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죠. 계엄 사태로 정치적 여론이 양극화된 상황에서, 특정 진영의 지지를 받고 상대 진영을 자극해 조회 수를 올리려는 목적입니다. 결국은 '돈벌이'를 위한, '사이버 렉카(래커) 유튜버'들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이라는 거죠.

'자작극 논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영험한 능력'을 강조하기 위해 손님 대역의 배우를 섭외, 사생활을 콕콕 맞혀내는 것처럼 연기한다는 의혹을 받는 유튜브 채널도 수두룩합니다.

다수의 무속인은 '맹신은 금물'이라고 말합니다. 운세나 사주는 과학적인 방법이 아니라 해석과 확률에 기반을 두는데요. 동일한 사주더라도 역술가마다 풀이가 다를 수 있기에 '절대적인 진실'은 될 수 없습니다. 무속인들조차 '갑자기 굿을 벌이자고 하는 무당은 경계하라'고 조언하죠. 그들조차 '과몰입은 안 된다'고 주의를 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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