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 거부권 대신 기권
유엔 총회선 미국 원안 거부 ‘러 침공’ 담은 수정안 통과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년을 맞이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요구하는 미국 수정 결의안을 채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종전 협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전쟁에 대한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내용이 채택된 것이다.
로이터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이날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국이 초안을 작성한 결의안을 찬성 10표, 반대 0표, 기권 5표로 채택했다. 프랑스와 영국 등은 기권했다.
안보리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2022년 러시아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15개국으로 구성된 안보리는 그간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결의안 채택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앞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의 주도로 작성된 결의안에 반대하며 별도로 작성한 결의안 초안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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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작성한 결의안에는 “분쟁의 조기 종식을 강력히 요구하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지속적인 평화를 촉구한다”는 담기면서도 러시아의 침략을 비판하는 문구는 포함하지 않았다. 또한 ‘전쟁’ 대신 ‘분쟁’이란 표현이 쓰였다. 우크라이나의 영토보존과 주권에 대한 언급도 없다.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모색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해당 결의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책임을 묻지 않아 영국 등 유럽 국가의 반발을 샀다. 이에 영국과 프랑스 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이라는 초안 문구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략’으로 수정하고,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과 주권의 중요성도 언급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수정안이 잇따라 부결됐고, 이후 진행된 표결에서 미국이 작성한 결의안이 찬성표가 과반을 넘고 5개 상임이사국의 반대가 한 표도 나오지 않으면서 가결됐다. 유럽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반대표 대신 기권표를 던졌다. 두 나라 정상이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거나 만남을 앞두고 거부권을 행사하는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과 협력해 미국이 작성한 결의안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 통과시켰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 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유엔 총회에서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주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략”으로 규정한 결의안과 함께 러시아의 침공 내용을 담은 미국 수정안이 통과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엔 총회에서 ‘수정된’ 미국 초안 결의안은 찬성 93표, 기권 73표, 반대 8표로 채택됐다. 우크라이나 주도 결의안은 찬성 94표, 기권 65표, 반대 18표로 통과됐다.
미국은 유엔 총회에서도 안보리에 제출한 내용과 비슷한 결의안을 제출했으나 원안은 거부되고 러시아의 침공 내용을 담은 수정안이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