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가격 결정권 쥔 테무, 대기업 입점 걸림돌 된 듯

한국 시장 직진출을 선언, 국내 판매자(K셀러) 유치에 나선 중국 이커머스 테무가 1차 모집을 완료한 결과 총 45개사가 입점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들 대다수가 한국인이 알만한 대기업 브랜드가 아닌 중소형 업체라는 점이다. 앞서 ‘K베뉴’(한국상품전문관) 론칭 시 대기업을 잇달아 유치한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알리)와 다른 접근 방식이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테무는 일명 ‘초청제’ 방식으로 K셀러 1차 모집을 최근 완료했다. 모집 결과 테무에 입점한 K셀러는 총 45개사로, 대부분 중소업체다. 주요 판매 상품 카테고리는 식품, 의류, 생활용품, 생활가전 등이다.
앞서 테무는 18일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한국 상품을 직접 유통하는 ‘로컬 투 로컬(L2L) 사업’ 전개를 공식 선언했다. L2L 사업은 K셀러를 테무 플랫폼에 입점시켜 한국 상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오픈마켓으로, 사실상 테무의 한국 시장 직진출로 해석돼 업계의 큰 이목을 끌었다. 이러한 직진출은 테무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2023년 7월 이후부터 약 1년 반 만이다.
앞서 테무는 K셀러 모집을 위해 웹페이지 ‘테무 셀러 센터(Temu Seller Center)’ 내 한국 판매자 전용 페이지를 만들었다. 다만 셀러 모집 방식을 K셀러 스스로 하는 자율 신청하는 방식이 아닌 테무가 특정 URL를 일부 셀러에게 보내 모집하는 초청제로 진행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커머스업계는 테무가 1차 모집을 통해 45개사를 모은 만큼 2차 모집에 곧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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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무의 1차 모집 결과를 두고 이커머스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23년부터 국내 사업을 본격화한 경쟁사 알리의 오픈마켓 사업 방식과 시작부터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알리는 2023년 10월 K베뉴 론칭 당시 유명 브랜드 판매를 위해 국내 생활용품 대기업과 잇달아 접촉했다. 애경, P&G, 유한킴벌리, 깨끗한나라 등이 K베뉴 초기 입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알리는 초기엔 대기업 중심 모집 전략을 펼치다, 2024년 2월 수수료 면제 조건을 내걸며 중소형 K셀러를 잇달아 유치했다. 이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 안착을 위한 알리의 현지화 전략으로 해석되는데, 중소업체를 1차적으로 우선 입점시킨 테무의 전략과 상반된다.
이를 두고 테무의 일방적 가격 정책이 국내 대기업 입점에 걸림돌이 됐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테무는 초저가 전략이 핵심인 만큼, 회사가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이커머스로 유명하다. 통상 오픈마켓에선 셀러가 상품을 플랫폼에 등록할 때 초기 가격을 설정하지만, 테무는 시장 수요와 공급, 경쟁 제품 가격 등을 반영해 최종 판매가를 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테무 관계자는 “테무의 가격 책정은 판매자와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며 “제품을 등록할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판매자에게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선 테무의 입점 방식을 두고 K셀러를 활용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역직구(해외 수출) 사업까지 테스트해보기 위한 의도란 분석도 나온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생활용품, 식품 등 상품 카테고리를 정한 것 같지만 L2L 사업(오픈마켓)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은 아직까지 뚜렷하지 않다”며 “국내 파트너사를 대거 모아 추후 역직구 사업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