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포인트(p) 낮췄다. 환율과 물가가 높은 수준이라 적잖게 부담스럽지만,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에 더 무게를 뒀다. 추가 인하도 가능하다는 신호등도 켰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11월) 1.9%보다 대폭 낮춘 1.5%로 제시했다. 석 달 만에 0.4%p 인하다. 지난달 이례적으로 발표한 중간 점검 수치(1.6~1.7%)보다 낮다.
우리 경제가 안팎으로 어렵다는 것은 여러 통계로 거듭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모든 시도에서 소매 판매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는 2.2% 감소했고, 울산(-6.6%), 경기(-5.7%), 강원(-5.3%) 등에서 크게 줄었다. 그나마 우리 경제를 뒷받침했던 수출도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53억 달러로 전년보다 16% 늘었지만, 조업 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2억8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7% 감소했다. 금리 인하는 고육지책이다. 내수 부진에 수출 둔화, 미국 트럼프 관세 태풍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대내외 환경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제 걱정은 금리 인하 후유증이다. 금리를 내리면 투자가 늘어나고 소비가 활성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부채 리스크가 과도하게 큰 국면에 ‘부동산·환율·물가’라는 삼중 불안 요인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최악의 경우, ‘영끌’ 광풍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 이완적인 통화정책 기조에 따라 풀리는 돈이 생산적 순환이 아니라 망국적 거품 키우기로 흘러들어 가면 국가 경제가 거덜 나고 민생이 파탄 난다. 악순환의 고리는 결단코 끊어야 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인사들이 잇달아 금리 인하 사이클이 당분간 중단될 것이란 시각을 내비치는 점도 부담이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제3국이 미국보다 금리를 먼저 내리면 이자율 역전 탓에 자본 유출이 심화하고 환율이 치솟을 수 있다. 한국이라고 다를 리 없다. 이번 금리 인하로 한국과 미국(연 4.25~4.5%)의 금리 차는 상단 기준 1.50%p에서 1.75%p로 확대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3원 오른 1430.4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환율 동향, 국제 동향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고환율은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고환율 여파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개월 만에 2%대로 올라섰다. 특히 환율 영향을 받는 수입물가의 상승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145.22로 지난해 12월보다 2.3% 올랐다. 이대로 가다가는 1%대 저성장이 굳어지는 것은 물론 더 심대한 타격도 있을 수 있다. 이 또한 방심은 금물이다.
경제를 살릴 골든타임을 허비하지 않으려면 정교한 정책조합으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민생 기반도 최대한 다져야 한다. 금리 인하 약효가 사라지기 전에 후속책을 구해야 한다. 이 절박한 시기에 정부와 여야의 첫 국정협의회는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정치권 각성이 필요하다. 당리당략은 일단 접고 대승적으로 머리를 맞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