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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아들은 주 3일 어머니를 모시고 투석하러 다녔다. 거기다 몇 년 전부터는 치매가 심해졌고, 밤에는 섬망이 와 온 집안 불을 다 켜고 돌아다니거나 밖으로 나가려 해 아들이 말리느라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요양병원에도 모셔 보았지만, 감당이 되지 않아 결국 집으로 모셔 왔고, 아들은 어머니를 직접 돌보기로 결심했다.
“어머니 때문에 운동할 시간이 없어요. 어제도 한숨도 못 잤어요.” 그의 말이 반복될 때마다 안쓰러웠지만 아무리 어머니 병간호 때문이라도 본인의 건강을 돌보지 않으면 결국 어머니처럼 신장이 망가져 혈액투석을 해야 할 수도 있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운동하고 건강을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이제 본인의 당뇨 치료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몇 달 뒤, 그의 혈당은 예전과는 다르게 안정적으로 조절되기 시작했다.
효심의 깊이에는 차이가 있다. 홀로 진료 보러 온 어르신 상태가 좋지 않아 자식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안 되는 때도 있고, 연결돼도 “어머니는 늘 그러셨다, 큰 병원 갈 필요 없다”라며 전화를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반면, 어떤 자식들은 자신의 생업도 뒤로한 채 노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때때로 그것이 너무 지나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뿌리가 뒤엉킨 나무처럼 자신의 삶과 부모의 삶이 분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는 큰 충격으로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되는 이들도 있다. 나는 그런 분들에게 “당신 자신의 삶도 사셔야 합니다”라고 말했지만, 내게 온 당뇨 환자의 효심이 단순한 핑계가 아닌 진심임을 알고 난 후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의 효심은 어디에 있을까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