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중심 투자자, 차익실현 나서
CD·KOFR 수익률 하락도 한몫

올해 들어 금리형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단기 금리가 떨어지자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등을 위한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ETF체크에 따르면 연초 이후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에서는 1조4210억 원이 순유출됐다. 이 기간 빠져나간 자금 규모가 가장 크다. 해당 상품은 CD 91일물 하루 수익률을 추종하며 이자가 복리로 쌓이는 특징이 있다. CD금리를 좇는 또 다른 ETF인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2616억 원)’, ‘RISE CD금리액티브(합성, -2521억 원)’, ‘1Q CD금리액티브(합성, -796억 원)’ 등에서도 유동성이 악화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국채·통안증권을 담보로 하는 익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사용해 산출한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품에서도 자금 이탈이 포착됐다. ‘TIGER KOFR금리액티브(합성, -4235억 원)’,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3677억 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자산운용업계는 금리형 ETF에서 흘러나간 자금의 상당 부분을 기관 자금이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자금은 계속 들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KODEX CD금리액티브의 경우, 개인은 올해 들어 2236억 원어치 순매수했지만, 기관은 2282억 원어치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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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금리와 KOFR을 추종하는 이들 금리형 ETF는 증시 변동성이 컸던 지난해 투자자들로부터 사랑받았다. CD금리 관련 ETF는 1년물을 포함한 국내 상장 11개 상품에 최근 1년간 2조8000억 원이 유입됐다.
미국 금리 인하가 시장 예상보다 지연되자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며 CD와 KOFR 수익률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인연금, 퇴직연금(DC·IRP) 계좌에서 거래하면 인출할 때까지 과세가 이연되고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연금 투자자 관심을 끌기도 했다.
최근에는 시장 금리가 떨어지며 CD금리와 KOFR도 하락, 관련 상품 투자 매력도 역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기준 CD 91일물 금리는 2.84%로, 연초보다 0.42% 낮아졌다. 같은 기간 KOFR도 3.065%에서 2.745%로 밀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세 불확실성이 잦아들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하자 미국 금리 인하 관측에 힘이 실린 영향을 받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영향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시사했다.
하지만 금리형 ETF와 함께 대표적 ‘파킹(주차)형’ 상품으로 분류되는 머니마켓펀드(MMF) ETF에는 여전히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연초 이후 ‘KODEX 머니마켓액티브’에는 1조3446억 원이 유입됐는데, 이는 국내 전체 상장 ETF 중 가장 많다.
안재균·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경기 후퇴 속 금리 인하 기조 등으로 금리 하방 압력이 우세하며, 경기침체 공포가 부각하면 금리 속락도 가능하다”면서도 “적정 금리가 3% 중후반에서 4% 중후반 사이에 있을 것으로 예상돼, 고금리 기조가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