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조 단위 실권 물량 고려했을 수도"
금감원 중점심사 중…"일정 변동될 수 있어"

삼성SDI가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 일정을 일주일 앞당겼다. 비슷한 시기에 3조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투자금 모집 일정이 겹치는 문제를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이 두 회사의 유상증자 신고서를 면밀히 심사하고 있어 일정이 다시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SDI는 전날 정정공시를 통해 내달 18일로 예정된 유상중자 신주 배정일을 같은 달 11일로 앞당긴다고 밝혔다. 발행가액 확정일도 기존 22일에서 16일로 바꿔 조정했다. 우리사주조합과 기존 주주의 청약예정일은 5월 27~28일에서 5월 21~22일로 변경했고 신주 상장 예정일 역시 6월 19일에서 6월 13일로 당겼다.
삼성SDI 관계자는 증자 일정 조정에 대해 "대내외 변동성을 고려해 불확실성을 낮추려는 조치"라며 "안정적 자금 조달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정을 앞당겨 트럼프 정부의 관세 리스크와 국내 탄핵 정국 등 불확실성을 줄이려고 일정을 당겼다는 얘기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최근 대규모 유증 계획을 밝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의식한 조치로 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대규모 공모주가 시장에 풀리면서 투자자 확보에 문제가 생길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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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원이 넘는 유증을 진행한다고 밝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다음 달 24일 신주배정을 진행해 5월 29일 발행가액을 확정할 예정이다. 청약은 6월 3일부터 4일간 진행해 24일 신주를 상장시킬 계획이다. 삼성SDI의 기존 일정대로라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일정과 일주일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삼성SDI가 일정을 당기면서 2주 정도로 모든 일정이 벌어지게 됐다.
두 회사 모두 발행하는 신주를 기존 주주에게 우선 배정한 후 실권주를 일반 공모로 돌릴 예정이다. 실권주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기관 투자자 등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증권사 IB 담당자는 "우리사주조합과 기존 주주들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다 채우긴 힘들고 결국 기관 등 다른 투자자들이 배정 물량을 받아 신주 물량을 소화해야 할 것"이라며 "대규모 공모주가 연속으로 시장에 나오면 투자자들은 한도 내에서 투자해야 해, 두 회사의 신주 모두에 투자금을 충분히 배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 당국이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증을 들여다보고 있어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당국은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유상증자 중점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살펴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회사채 발행, 은행 대출, 현금 활용 대신 유상증자라는 자금조달 방식을 선택해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상증자로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나면 기존 주식을 가지고 있던 주주들의 지분 희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SDI가 자금조달 계획을 앞당겼다고 해도 중점심사를 통해 보완 사항이 생겨 정정요구를 하면 일정이 다시 뒤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두 회사 모두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시설투자에 쓸 예정이다. 삼성SDI는 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해외 배터리 생산 설비 투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 대응력 강화 △신사업 추진 등에 쓰겠다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증자 자금을 해외 방산과 조선·해양 분야 글로벌 거점 확보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연이어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