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나는솔로’ 강원도 의사 간접언급…“헌신에 존경과 지역경제 우려 동시에 느껴”

한은-통계청, 26일 ‘균형발전을 위한 과제’ 주제 공동 포럼 개최
“서울에 모든 분야 집중…지속가능한 성장, 개인 행복 희생”
“지역균형발전 정책, 소수 거점도시에 집중 투자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투데이DB)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역 불균형을 우려하며 최근 화제가 된 연애프로그램 출연자를 우회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 총재는 26일 “한 TV 프로그램에서 강원도의 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 선생님이 출연하셨는데, 최근 그 지역에서 유일한 의사가 되면서 도저히 그곳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며 “이야기를 들으며 한편으로는 의사로서의 헌신에 깊은 존경심을 느끼는 동시에, 점점 위축되는 지역경제가 개인의 사명감에만 의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 본관에서 열린 한은-통계청 공동 포럼에서 환영사를 통해 직원한테서 들은 얘기라며 전한 말이다. 공동 포럼의 주제는 ‘균형발전을 위한 과제, 그리고 지표를 통한 전략’으로 지역불균형을 해소하고 균형발전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환영사를 통해 지역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이 같은 얘기를 전한 것이다. 최근 연애프로그램 ‘나는 SOLO(나는 솔로)’에 나온 한 출연진은 본인이 강원도 인제에서 유일하게 남은 의사이고, 그래서 지역을 떠날 수 없다는 의견을 내 화제가 됐다.

이 총재는 서울에 경제, 교육, 문화 등이 모두 집중된 점을 지적했다. 이 총재는 “경제, 교육, 의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핵심 기능이 서울에 집중돼 있어, 청년들이 다른 선택지를 갖기란 쉽지 않다”며 “뿐만 아니라, 부모들 또한 이른바 ‘인서울’ 대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빚을 내서라도 높은 집값을 감당하며 사교육 환경이 좋은 지역에 거주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은 풍부한 일자리와 높은 소득 수준을 유지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우리 경제 전체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개인의 행복이 희생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서울 집중 형산을 해소하려면 소수의 거점도시에 집중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서울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오래전부터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만 과거처럼 정책 지원을 여러 지역에 분산하는 방식이 실제로 의도한 효과를 거뒀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한국은행은 대안으로, 2개에서 많아야 6개 정도의 소수의 거점도시에 핵심 인프라와 자원을 집중투자해 일자리와 교육·문화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수도권에 버금가는 정주 여건을 조성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점도시가 아닌 다른 지역은 뒤처지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처럼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된 상황에서, 지방에 있는 작은 도시가 서울의 성장에 따른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가까이 있는 거점도시가 발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파급효과가 훨씬 현실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