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재심서 무죄 선고…“객관적 증거 없어”

간첩으로 내몰려 옥고를 치르고 최근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90대 피해자가 53년 만에 약 18억8000만 원의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26일 관보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 부장판사)는 11일 김양진 씨에게 구금에 대한 보상으로 18억7761만6000원, 비용에 대한 보상으로 305만1000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형사보상을 결정했다.
형사보상이란 죄가 없음에도 구금됐거나 형 집행을 받은 사람에게 국가가 손해를 보상해 주는 제도다. 크게 구금 일수에 따른 보상과 재판에 쓴 비용에 대한 보상으로 나뉜다.
제주에서 태어난 김 씨는 1936년 부모님을 따라 일본으로 넘어갔다.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 직공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김 씨는 1964년 고향으로 돌아와 가정을 꾸리고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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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약 두 달 전, 김 씨는 간첩으로 지목돼 치안국에 잡혀갔다. 일본에 있을 당시 사회주의단체에서 활동했다는 누명을 쓰게 된 것이다. 영장 없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폭행, 협박 등 갖은 고문을 당했던 김 씨는 결국 허위 자백을 했다.
1973년 1심은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간첩 미수 등 혐의를 받는 김 씨에게 무기징역과 몰수를 선고했다. 얼마 뒤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15년을 선고했고, 1심 판결이 나온 지 약 9개월 만에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4월 김 씨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로 보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김 씨는 지난해 6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김우진 부장판사)은 올해 1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불법체포·구금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그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며 “피고인이 간첩 행위에 착수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 복역한 피고인이 겪었을 좌절과 분노는 상상하기 어렵다”며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