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던 1심을 뒤집은 결과다. 이 대표는 이번 선고로 대선 후보 자격 논란을 일부 벗게 돼 앞으로 대권 행보에도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정치권의 시선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쏠리게 됐다. 헌재가 윤 대통령을 파면할 경우 이 대표는 독주 체제 굳히기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반면 윤 대통령이 탄핵선고에서 기각이나 각하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할 경우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은 극한의 대치가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6-2부(최은정 이예슬 정재오 부장판사)는 이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1심(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에서 받은 피선거권 박탈형이 넉 달 만에 뒤집혔다.
이번 선고 결과로 민주당은 향후 치러질 수 있는 대선 일정에서 악재를 털게 됐다. 이 대표 역시 본격 대권가도에 돌입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 서게 됐다. 민주당 내 '이재명 대세론' 역시 힘을 얻으면서 당내 무게추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비명계보다는 친명계로 뚜렷하게 기울어질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여당의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전의 동력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달 8일 윤 대통령이 석방된 이후 이 대표의 피선거권 상실형을 전망하며 대야(對野) 공세를 키워왔다. 여당은 최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검사 3인(이창수·조상원·최재훈) 등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헌재의 줄기각에 힘입어 '계엄의 불가피성'을 피력해왔다. 탄반 여론에도 힘이 실리면서 이재명 책임론을 함께 부각시켰다. 그러나 여당의 예상과 달리 이 대표가 대선 후보 자격 논란을 일부 벗게 되면서 여당의 주장과 논리엔 균열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혐의가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이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장 민주당과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선고를 촉구하는 데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헌재가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파면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반면 헌재가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 요구를 각하 또는 기각해 직무에 복귀한다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대립은 계엄 이전으로 돌아가 극한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이 헌재는 물론 여당과 윤 대통령과 내전에 가까운 갈등 국면을 이루면서 정국이 혼돈이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고강도 압박을 이어갈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이 복귀한다고 해도 계엄과 탄핵 정국을 겪은 만큼 국정 운영은 쉽진 않을 것"이라며 "이 대표의 압박은 지금보다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선고가 4월 초를 지나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18일 직전까지 밀리게 될 경우 이 대표에겐 악재다. 선고 지연으로 대선 시기가 늦어질 경우 대법 선고가 먼저 이뤄진다면 대권행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선고 결과와 시기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당초 법조계와 정치권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선고를 통해 윤 대통령의 선고 결과를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헌재의 판결 구도가 크게 엇갈리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윤 대통령 탄핵 선고를 가늠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재판관들의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여당 안에선 기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헌재는 이날까지 윤 대통령 선고기일을 공지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