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당선 목적에 허위사실 공표” 인정
2심, 김문기‧백현동 발언 전부 무죄…원심 파기
“중요 부분 합치되는 경우 진실과 차이 나거나
표현 과장돼도 허위 아니다”라는 게 대법 판례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에 유리하게’
형사 대원칙 입각…검사 입증 따져
한꺼번에 10명 찍힌 사진 한 장만으로
“함께 골프 쳤다는 사실 뒷받침 못 해”
“원본 일부 뗀 조작의심 있어” 지적도
서울중앙지검 “상고하겠다” 즉각 반발
검찰 “大法서 항소심 위법 시정 예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2심 법원으로부터 전부 무죄를 26일 선고받았다. 1심에서 ‘의원직 상실’ 형에 해당하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과는 정반대 판결이다.

1심과 2심 재판부 판단이 극명하게 갈린 데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해석한 법원의 입장 차이에 있다.
1심 재판부는 대통령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함에 포섭시킨 이 대표 발언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반면, 2심 법원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란 형사 대원칙에 입각해 이 대표 허위 발언 포섭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했다.
결국 항소심 법원은 검찰이 이 대표에게 적용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 부분을 좁게 봤고, 이는 재판부로 하여금 “피고인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있는 정도에 이르지 못해서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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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대목으로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 협박에 백현동 부지를 용도 변경했다는 이 대표 발언을 접근한 법원 태도가 꼽힌다.
앞서 1심 법원은 “피고인(이 대표)이 스스로 백현동 부지 활용 방안으로 용도지역 변경을 검토하고 이를 내부 방침으로 정한 뒤 변경한 것”이라며 “피고인이나 성남시 담당 공무원이 국토부 공무원으로부터 ‘용도지역 변경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까지 받은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6-2부(최은정 이예슬 정재오 부장판사)는 “공공기관 용도 변경과 관련해 다각도로 압박 받는 상황을 인정할 수 있다”며 “‘협박 받았다’는 발언은 압박감을 과장한 표현일 수는 있지만 허위로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직무유기‧협박 발언은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중요 부분이 합치되는 경우에는 진실과 차이가 나거나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이다”라고 설명했다.

공선법상 ‘벌금 100만 원 이상’ 확정되면,
의원직‧피선거권 상실…대선까지 출마불가
특히 2심 재판부는 주된 쟁점 가운데 하나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의 관계성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1심 법원이 혐의 사실을 인정한 점과 대조된다.
이날 재판부는 ‘김문기를 모른다’는 발언과 관련해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문기를 몰랐다’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 △‘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기소 이후 김문기를 알았다’ 등 세 갈래로 나눠 이 대표 발언의 허위 사실 여부를 각각 따졌다.
실제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던 ‘골프 발언’에 대해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찍은 사진 속)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사진으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항소심 법원은 “원본 일부를 떼어낸 거라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 역시 죄형 법정주의에 따라 형사책임을 양정해야 하는 법관에게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검사가 범죄사실을 입증해내지 못해 무죄로 판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이 대표가 김문기 씨와 골프를 같이 쳤다는 사실을 증명할 증거로 검찰이 제시한 증거물은 사진 한 장뿐인 점도 항소심 법원이 무죄로 판단을 뒤집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1심 법원은 이 대표가 2015년 1월 9박 11일간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나섰고 호주 멜버른에 있는 골프장에서 함께 출장을 간 다른 성남시청 직원들은 알지 못하는 상태로 유동규‧김문기와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나머지 ‘성남시장 재직 시 김문기의 존재를 몰랐다’거나 ‘도지사가 되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다음에 김문기를 알게 됐다’는 발언은 1심과 2심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어떤 사람에 대해 ‘모른다’고 표현한 것이 공직선거법이 명시하고 있는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법원은 행위가 아닌 ‘인식’에 대해서는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항소심 법원은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항소심 법원은 1심 법원에서 장기간 심리 끝에 배척한 피고인의 주장만을 만연히 취신했다”면서 “상고하여,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항소심의 위법을 시정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라고 즉각 반발했다.
이 대표는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김문기 모른다’ 발언과 백현동 발언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는 혐의로 2022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이 상실돼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판결에 이어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관한 항소심 무죄 판결로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 부담을 한결 덜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