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총 투자액 4조5833억 원…2위 게임 산업의 2.5배
무형자산 잠재력 크고, 활발한 오픈이노베이션 영향

최근 9년간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이 가장 많이 투자한 산업은 바이오‧의료‧헬스케어로 나타났다. 공동연구 등 오픈이노베이션이 활발하고 기술이나 특허 등 무형자산이 많은 산업 특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30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간한 ‘2024 한국의 CVC들: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다르면 이같이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벤처투자통계 플랫폼 더브이씨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6~2024년까지 국내 CVC의 투자 형태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CVC를 독립법인 CVC(비금융 일반기업이 출자해 별도로 설립한 독립적인 투자회사와 이 투자회사가 운용하는 자금), 사내부서 CVC(비금융 일반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내 자금과 이 자금을 집행하는 부서), 펀드출자 CVC(비금융 일반기업이 기존 민간 VC가 결성하는 펀드의 LP 출자금)로 구분하고 독립법인 CVC와 사내부서 CVC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바이오‧의료‧헬스케어 산업이 2018년을 제외하고 매년 투자 금액 1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투자 금액은 4조5833억 원이며, 전체 투자 금액인 15조7205억 원 중 30%에 해당한다. 2위를 차지한 게임 산업(1조9000억 원)보다 2.5배 많다. 투자 금액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21년으로 1조2660억 원의 자금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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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중견기업의 CVC 투자가 가장 많은 분야도 바이오‧의료‧헬스케어 분야로 나타났다. CVC는 모기업이 출자한 자금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모기업의 유형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대기업 CVC가 바이오‧의료‧헬스케어에 투자한 금액은 2022년을 제외하고 모두 5위안에 들었다. 2018년과 2021년에는 각각 821억 원과 2711억 원으로 1위에 올랐다. 중견기업 CVC는 매년 투자금 1위를 차지했다. 투자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21년 6582억 원이다.
최근 2년간 투자 라운드별 CVC 투자 참여 건수는 바이오‧의료‧헬스케어가 시리즈C 이상에서 가장 많았다. 2023년 2만1696건 중 3469건, 2024년에는 1만9697건 중 3270건으로 집계됐다.
바이오‧의료‧헬스케어에 CVC 투자가 집중된 이유는 무형자산 확보 목적의 투자가 많아서다. 무형자산은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자원으로 기술, 특허, 상표, 저작권 등이 있다. 고유 기술이나 특허를 보유하면 시장을 선점해 경쟁자들을 따돌릴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잠재력도 있다. 라이센스 제공이나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고, 기업 매각 시 큰 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
CVC 투자는 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활동과 밀접한데 바이오‧의료‧헬스케어 산업은 오픈이노베이션이 활발한 산업이다. 대표적으로 유한양행은 2015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신약 물질을 오스코텍으로부터 도입해 2018년 존슨앤드존슨에 기술수출했으며,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이외에도 대웅제약, 종근당, GC녹십자 등도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CVC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공동연구 등 기업 간 오픈이노베이션이 많아 이에 집중하기 위해 CVC 운영을 많이 한다. 또 CVC는 전략적투자보다는 재무적투자 목적이 많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중요한데, 제약‧바이오가 투자로 관심을 받으며 다른 산업에서도 투자를 많이 했다”며 “결론적으로 제약‧바이오산업 특성상 CVC를 운영하는 모기업이 많고, 다른 산업에서는 투자로 관심을 받아 투자가 몰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