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걸을 때도, 지하철과 버스에서도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장시간 고개를 숙인 채 구부정한 자세를 유지하면 목과 척추 건강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고개를 숙이면 머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는 목 근육의 수축력이 함께 작용하면서 머리 무게의 약 5배에 이르는 하중이 목에 가해진다. 척추에 오랜 기간 부담이 누적되면 디스크(추간판탈출증)로 악화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척추는 수십 개의 뼈가 연결된 형태로, 뼈와 뼈 사이에서 몸의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재 역할을 하는 추간판이 존재한다. 추간판은 80%가량이 수분으로 이뤄진 말랑말랑한 젤리 형태다. 노화에 따라 수분과 탄력성이 떨어지며, 잘못된 자세나 외부 충격으로 제자리에서 밀려나기도 한다. 흔히 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탈출증은 밀려난 디스크가 주위의 신경근을 자극해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목디스크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총 98만9195명으로 집계됐다. 60~69세가 26.9%로 가장 많았으며, 50~59세 역시 26.8%로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40~49세가 17.6%로 3위를 기록했다.
목디스크의 주요 원인은 생활 습관이다.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에 따르면 장시간 앉아 머리와 목을 앞으로 내미는 자세를 취하거나 눈이 나빠 찡그리며 목을 빼고 앞으로 보는 습관 등이 악영향을 미친다. 평발이거나 발에 맞지 않은 신발을 계속 신는 경우, 높은 베개를 사용하는 습관도 목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교통사고 등으로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졌을 때도 목디스크 위험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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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바르지 못한 자세가 오랜 시간 반복되면 C자로 있어야 할 목 뼈(경추)가 일자목이나 거북목으로 변형돼 통증을 일으키고, 정상적인 C커브를 잃은 상태가 지속되면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압박하는 목 디스크로 발전할 수 있다”라며 “증상 초기에는 뻐근함이나 피로감으로 느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깨와 팔이 아프고 심한 경우 손이나 팔 저린 증상으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목 부위에 뻐근하고 쑤시는 통증은 목디스크의 주요 증상이다. 어깨나 팔, 손바닥과 손가락까지 불편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전기가 오르는 듯한 심한 저림이 느껴지거나, 오히려 자극에 둔해지는 등의 감각 이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환자에 따라 쥐는 힘이 떨어져 물건을 자주 놓치고 팔을 들어 올리기 어려워지는 사례도 있다.
목 디스크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 귀와 어깨선이 일치하도록 자세를 바로잡아 목뼈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하고,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과 관절, 인대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는 액정을 눈높이까지 올리는 것이 좋고, 화면과 눈 사이의 거리를 30cm 이상 유지하면 목이나 어깨 통증뿐 아니라 눈의 피로도 감소시킬 수 있다.
수면 자세도 교정해야 한다. 목 통증이 심한 환자는 수면 시 경추를 받쳐주는 베개의 높이와 곡선을 조율해야 한다. 뒷목 부분이 조금 높고 머리 중앙이 낮아 경추의 C 커브를 유지할 수 있는 베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등과 어깨의 근육은 목을 지탱하는 중요한 부위이기에 평소 이를 강화하는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 지속해서 목에 뻐근한 통증이 있거나 두통이 자주 생기는 등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주의를 기울이고 늦지 않게 병원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이 원장은 “목 디스크 증상이 대수롭지 않ㅇ면 자세교정, 약물치료, 주사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로 호전될 수 있지만, 6주 이상 비수술적 치료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치료를 미루다 상태가 악화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라며 “목을 움직이기 불편하거나 통증이 지속되면 하루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