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웰 울트라에 HBM3E 12단
루빈에 다음 세대 HBM4 탑재
SK·삼성, ‘루빈 겨냥’ HBM4 준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큰손’ 엔비디아가 올해 하반기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 울트라’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고대역폭메모리(HBM) 부품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로드맵에 맞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HBM3E(HBM 6세대)와 HBM4(7세대) 등 차세대 메모리 개발 및 양산 시점을 정교하게 조율하며 ‘타이밍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엔비디아는 올해 하반기 ‘블랙웰 울트라’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중 하나로, 이전 블랙웰의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다.
블랙웰 울트라는 일종의 설계 구조 개념이다. 보다 뛰어난 연산 방식과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블랙웰 울트라를 기반으로 GB300과 B300 버전이 출시되는데, 각각 암(Arm) 기반 중앙처리장치(CPU)와 결합한 ‘GB300’과 GPU만 포함된 ‘B300’으로 제공된다.
GB300과 B300에는 HBM3E 12단이 탑재되며,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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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3E 12단은 8단 대비 메모리 용량이 50% 증가하고 전력 효율이 20%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전력을 덜 사용하면서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마이크론은 2분기 어닝콜을 통해 회사가 12단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하반기 출하량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의 신제품 출시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는 HBM 시장의 주류는 HBM3E 12단이 주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신 등 일각에서는 B300의 출시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면 이와 관련한 수요도 자연스레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블랙웰 울트라 다음 모델은 ‘루빈’으로 2026년 연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루빈에는 HBM4가 탑재된다. 그 전까지는 HBM3E 12단이 중심이 될 예정이며, 블랙웰 울트라 출시 지연 문제 등을 미뤄볼 때 그 시기는 더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엔비디아에 제품을 거의 독점 납품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HBM3E 12단 제품을 양산, 4분기부터 공급을 시작했다. 엔비디아 제품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제품은 내년 중반까지는 전방위 수요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HBM3E 16단 개발 계획을 공식화했고, 향후 HBM4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27일 제7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HBM 제품 납품과 관련해 “고객의 주문을 확보한 후에 공급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고객 수요 맞춰 캐파(생산능력)를 확보하고 생산하고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올해 HBM 물량 공급 계약 확정 돼있고, 내년 물량도 고객들과 긴밀하게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상반기 중에는 내년 물량 확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제품 양산, 주문 시점에 따라 SK하이닉스의 HBM 공급 시기도 따라 움직인다는 의미다.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지 못해 AI 흐름에 한발 늦어진 삼성전자는 절치부심의 자세로 다음 모델인 HBM4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HBM3E 판매를 더욱 확대하는 한편, HBM4는 하반기에 개발과 양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